[리스타트, 열려라 취업문]헛도는 청년 일자리 정책, 수십 개 인턴보다 한 개 정규직 낫다

2016-11-16 08:23
청년 등 수요 중심의 전면 개편 시급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2017년 고용률 70% 달성’‘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20만개 이상 창출’

정부가 제시한 고용 목표치지만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청년 고용대책과 수많은 일자리 약속을 쏟아냈지만, 고용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청년들이 갈 만한 일자리는 인턴, 아르바이트 등 질 낮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6개월~1년 인턴으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다시 실업자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 인턴제 등 비정규직 형태의 단기 일자리를 늘려 청년 취업을 확대하려는 주먹구구식 정부 대책이 오히려 청년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른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단순히 일자리 수만 늘리는 정책보다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20만개 이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중 12만5000개의 일자리가 청년인턴, 직업훈련 등으로 실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함께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으로 일학습병행제,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 ‘K-Move’, 인문계 전공자 취업 대책 등을 내놨지만 정작 청년 실업 해소에는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5%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치솟는 청년 실업률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침체와 수급 불균형 등이 겹친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이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일자리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기존 근로자 30만명이 직장에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된 경기침체에 기업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그만큼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만명 가량의 졸업생들 중 매년 10만명 정도는 취업을 못하고 누적돼 있다”며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갈수록 길어져 노동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 현상은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수 늘리기와 나열식 고용정책 등 기존 방식에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공급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청년 등 수요자 중심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를 강화해 이를 일자리 수급 전망에 활용하고, 단순한 일자리 수보다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수요자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부처별 중구난방식으로 추진 중인 청년 일자리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큰 틀에서 청년 고용 로드맵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도 “정부가 잘못된 고용시장 전망을 토대로 과도한 목표치를 세웠던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낮췄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공급되는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를 줄이려면 정규직 전환 등 이중구조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이 몰려든 취업 박람회[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