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대기업에 '쓴소리'

2016-11-15 12:30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 300여명 CEO 대상 강연
"기업이 건실하면 대통령 압박해도 돈 함부로 못내"
"정치적 외압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업 스스로 개혁 필요"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15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기업이 건실하면 대통령이 압박해도 돈을 함부로 낼 수 없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15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에서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대표는 최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시작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대기업 53곳이 참여한 것을 두고 ‘특혜경제’와 ‘정경유착’으로 간주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53개사) 4곳 중 1곳은 대규모 적자 등으로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상 기부금 합계는 지난해 1조695억원으로 전년보다 1542억원(16.8%)이나 증가했다.

검찰은 지난 12~13일 미르·K스포츠 재단 등에 거액을 출연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CJ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등 7대그룹 총수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출연금을 낸 경위를 캐묻는 등 재계에도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 대표는 “철강과 조선 등 기업부실과 수출부진, 내수침체 등 대한민국의 경제가 중병이 걸려서 수술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지금과 같은 내우외환 환경에서 특혜경제,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서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도 높은 개선책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변화를 위해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 개혁이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를 기업 옥죄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초청 간담회에 300여명 CEO가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기업들이 감수해야할 고통의 시작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인세 인상’을 대표로 들었다.

심 대표는 “그동안 법인세가 지나치게 낮았다”면서 “조세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법인세 인상은 불가피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세수가 25조원 밖에 안 되고, 준조세 사회공헌 기금은 8조원에 달한다”면서 “준조세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8조원 중에 2조~3조원 세금으로 내는 것이 더 떳떳하고, 불확실한 정치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찬 강연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20대 국회에서 법인세를 올린다고 해서 기업인들이 걱정 많다”며 “사업에 재투자하기 위한 재원으로 봐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심 대표는 “법인세는 국제경쟁세, 소득세는 국내정치세의 성격이 있다”면서 “법인세가 높아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시기에는 법인세 인상을 하되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자 한다”며 “특히 대기업에게 법인세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게 국민들 일반적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는 것”이라면서도 “오바마 때에는 상대국의 개방을 더욱 강요하는 방향이었다면 트럼프 시대에서는 미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15일 오전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대한상의는 정당 대표들과 매월 릴레이 조찬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심 대표 강의에는 박인주 제니엘 회장, 이순선 용인상의 회장, 이종태 퍼시스 사장, 이상복 범주해운 대표이사, 조성희 아마존카 대표 등 300여명 기업인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찬강연회를 단순한 이익집단을 넘어 국가 전체를 위하는 단체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자는 뜻을 모아 경제계와 국회의 교류 차원에서 마련했다. 지난 8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9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또 다음 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찬간담회 일정도 계획 중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금의 정치상황과 미국 대선 이후 국내 불확실성이 높아져 사업하시는 회원사 여러분들이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실 것”이라며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감 느끼실 테지만 정치권과 경제주체간의 대화와 타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