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백악관 전례없는 이익상충 문제 직면
2016-11-13 16:18
"자녀들에게 사업 맡겨"…인수위에 자녀들 대거 포함
미국 대통령 이름 딴 사업체 특혜서 자유롭기 힘들어
미국 대통령 이름 딴 사업체 특혜서 자유롭기 힘들어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내년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제로 '이익상충 (conflicts of interest)'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가진 트럼프 일가가 백악관까지 장악하게 됐을 때,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수위원회에 포함된 상당수 인사들이 특정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던 로비스트인 것으로 밝혀져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 인수위까지 들어간 자녀들…미국 대통령 이름딴 사업체 독립성 불투명
트럼프의 아들인 트럼프 쥬니어는 지난 9월 A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그(트럼프)는 회사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하며, 그저 이 나라를 고치고자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장 인수위에는 자녀들이 직접 참여했다. 인수위의 위원장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임명됐다. 그러나 16명의 집행위원 명단에는 장녀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포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도 이름을 올렸다. 16명 중 무려 4명이 가족인 것이다.
이같은 인수위 구성은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이익상충 문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WP) 역시 "트럼프 자녀들의 참여는 이해상충의 망령을 불러온다"면서 "왜냐하면 그들이 향후 4년간 트럼프 비즈니스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세계 곳곳에서 호텔, 골프장 등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동산 대기업인 '트럼프 재단'(Trump Organization) 회장이다.
트럼프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수많은 사업체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외국에서 트럼프는 이스탄불에도 자산이 있으며, 뭄바이, 밴쿠버, 서울 등에도 자산이 있다. 문제는 자녀들이 사업체를 운영할 뿐만아니라, 상당수의 사업체에 트럼프라는 이름을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달고 운영되는 업체들은 건설 협상, 임대 등 여러가지 사업에서 특혜를 받을 의혹이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트럼프의 회사들 중에는 국외에 본부를 두고있는 금융회사들도 있다. 때문에 사업체들의 세금 감면 및 조세 회피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 국민 모두 위해 일한다더니…로비스트·거액후원자 인수위 대거 영입
가족들 구성뿐만 아니라 로비스트와 거액후원자들이 인수위에 대거 포함된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WP는 부패 없애겠다고 했던 트럼프 행정부에 후원자와 로비스트가 대거 포함된 것은 앞뒤가 안맞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WP는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정부가 후원자나 특정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믿는 모든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주장했지만 인수위 구성을 보면 그의 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팀에 영입된 제프리 아이제나흐는 '버라이즌' 등 미국 굴지의 통신회사를 위해 수년 동안 일해온 컨설턴트이다. 이밖에도 에너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마이클 카탄자로, 기후변화 방지책에 비판적이었던 '서던 컴퍼니'의 로비스트 마이클 맥케나 등도 인수위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적 독립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농무부 인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클 토레이는 미국음료협회(ABA), 딘 푸즈 같은 대형 식품회사를 도왔던 로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철도협회(AAR)을 위해 로비하는 로펌의 대표인 마틴 휘트머 등이 인수위 인사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