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국내 4대 수출업종, ‘관세 폭탄’ 현실화에 대응책 마련 부심…대미 전략 수정 불가피
2016-11-13 16:46
전자·자동차 ‘멕시코공장 리스크’ 예의주시
철강·조선은 유가 변수 속 제한적 영향력
철강·조선은 유가 변수 속 제한적 영향력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따른 우려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로 100년 넘게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역사가 있다”면서 “변화를 열망하는 기운데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지만 경제정책이 당장 180도 바뀌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와 자동차업체들은 값싼 인건비와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짓고 북미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아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멕시코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 35%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여기에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언하고 있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생활가전업계는 대미 수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다. 그동안 TV와 냉장고 등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대부분 북미 지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TV·모니터)와 께레따로(냉장고·세탁기) 지역에서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TV)와 몬테레이(냉장고) 지역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은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가격이 큰폭으로 변동하지 않는 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관세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를 경우 업계의 대미 수출 전략이 전면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는 연간 판매량 800만대 중 150만대 가량을 미국에서 판매할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현지공장을 갖추고 있으나 전체 미국 판매량의 약 40%를 한국에서, 약 4%를 멕시코에서 조달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지난 5월부터 가동한 멕시코 공장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 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전체 생산량 중 80%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최대 수출시장이 북미 지역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경영진은 “당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트럼프 당선 이후 현대.기아차의 미국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운영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당장 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현대차는 현재 가동중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제2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덜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부터 잇따른 ‘관세폭탄’이 오히려 ‘예방주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61%의 반 덤핑·상계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확정했으며, 대미 수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가 가장 높은 관세율을 적용 받았다.
지난해 포스코의 대미 열연 수출량은 85만t, 냉연 수출량은 11만t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포스코 전체 수출량의 3% 수준에 해당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통상 현지 철강사가 생산하지 못하는 고급강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역시 미국 발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만큼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자국의 셰일가스를 계속 개발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라 선종별로 희비가 갈릴 수는 있다.
통상 유가 하락 시 해양플랜트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LNG선이나 LNG연료 추진선박 등 친환경선박의 발주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