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블릿 PC 소유주 김한수 전 행정관, 2012년 대선 당시 불법선거캠프 이끌어

2016-11-13 16:55

최순실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홍보 SNS 본부 운영안 [사진=이정주 기자]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PC의 소유주인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불법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이춘상 보좌관 휘하의 조직으로 알려진 이 불법선거캠프 내에서 김 전 행정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팀 소속으로 ‘팀장’ 직함을 달고 동영상 제작 및 댓글부대 운영 등에 개입했다. 그는 청와대 입성 후에도 SNS와 일간베스트(일베) 등을 연계한 홍보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최 씨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김 전 행정관을 포함, 자신의 측근들을 대선캠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당시 이 불법캠프에서 활동한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13일 정치권 및 사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김 전 행정관은 공식선거캠프가 아닌 불법선거캠프에서 SNS팀을 이끌었다.

당시 활동했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인 4~5명과 대학생 5여명 등 총 10여명으로 구성된 불법선거캠프는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내 20~21층의 오피스텔을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다. 불법선거캠프의 존재 여부는 이미 지난 2013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캠프에서 최 씨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김 전 행정관이 SNS팀을 이끈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 측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공식선거캠프 사무실을 차렸다. 공직선거법 61조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를 설치하되, 선거사무소 1개소와 시·도 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에스트레뉴 빌딩에 마련했던 선거캠프는 불법이다. 당시 박 후보를 지지한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도 이곳에서 불법 SNS 활동을 벌이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012년 12월 18일 선관위에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이 불법캠프에서 활동했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캠프는 고(故) 이춘상 보좌관 휘하의 조직으로 김 전 행정관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김휘종, 김철수 씨 등이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최 씨의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인수위 홍보 SNS 홍보운영안’ 자료에 포함된 인사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김휘종 씨와 김한수 씨도 인수위를 거친 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나란히 청와대 홍보수석실 소속 국정홍보비서관실의 홍보팀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이 내부 관계자는“당시 김한수 전 행정관을 ‘팀장’으로 불렀는데,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김 팀장은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열고 홍보 방안을 논의했다”며 “김휘종 비서관도 몇 번 봤지만 주로 회의는 김 팀장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이 조직이 불법인줄도 몰랐는데 요즘 뉴스를 보고나서 그때 활동한 곳이 최순실과 관련된 불법캠프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김 팀장도 ‘선거운동에 대해 어디 가서 굳이 말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태블릿 PC가 김 전 행정관이 최 씨에게 생일선물로 직접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이 태블릿 PC을 구입해 개통한 날짜가 2012년 6월 22일이고 바로 다음날인 23일이 최 씨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PC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최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 전 행정관은 지난주까지 월차를 쓴 뒤 복귀 후 최근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