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을 대비하라] 국내 경제 위기의 징후들

2016-11-14 08:00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얼어붙은 내수시장, 늘어나는 가계부채, 외환위기 수준의 청년실업률 등 한국경제가 점차 죽어가고 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는 '최순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가장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희망을 잃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의 실업률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숫자로 보는 국내위기의 징후들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경제지표만 봐도 알 수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통계청 등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가계부채는 심각하다. 

지난달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7조5000억원 늘었다. 비은행 가계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1257조원을 돌파, 올해 1300조원을 훌쩍 넘을 예정이다.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다. 지난 10월 전체 실업률은 3.4%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 9월 소매판매는 가전·휴대전화, 음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전달에 비해 4.5% 감소했다. 지난 8월 대규모 반도체 설비 도입 등으로 13.4% 급증했던 설비투자도 한달 뒤 2.1% 줄었다. 건설투자는 4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지난 9월 4.7% 떨어졌다.

10월 수출은 419억달러로 -3.2%를 기록, 전달 -5.9%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대자동차 파업, 갤럭시 노트7 단종, 조업일수 감소 등이 주력 수출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이어지는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확실성이 늘고 있다. 경제주체의 과도한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냉철하고 단단히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없어 고통받는 청년들…실업률 IMF 수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면서 제조업 취업자가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2개월 연속 20만명대에 머물렀다. 

특히 조선업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11만5000명 감소했다.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감소 폭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해운업의 경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남아 있는 직원의 80% 가량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실업자는 40대에서 감소했지만 20·30대 중심으로 증가해 전체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4000명 늘었다.

청년층 실업률은 8.5%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만4000명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1999년 8.6% 이후 최고였다.

취업자 증가 폭은 2개월 연속 20만명대에 그쳤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0.0%였다.

취업준비생 백 모(35)씨는 "친구나 선후배들 10명 중 7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반기업이나 공기업 등 8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신다. 집에 가기도 무섭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선업 등 구조조정과 청탁금지법 등으로 향후 고용시장 하방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등으로 지갑닫은 국민들…먹을거리 먼저 줄여

‘최순실 게이트’, 청탁금지법 등의 여파로 소비가 줄면서 내수 경기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최근 몇달간 채소류, 축산물, 수산물 등 농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먹을거리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상승했다. 채소류는 1년 전보다 38.3% 급등했고, 축산물은 6.1%, 수산물은 5.3% 증가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다 보니 외식 물가도 덩달아 올랐다. 9월, 10월 외식 물가는 모두 2.2%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 정도 높았다.

한정식집, 일식집 등 외식업계와 화훼 업계의 타격은 심각했다. 정부세종청사 직원들을 겨냥해 세종시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90%이상 매출이 줄어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며 "공무원 승진이나 전보에 수요가 많은 선물용 난 매출이 가장 많이 준데다, 배달은 했는 데 청탁금지법을 의식해 배달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처 한우식당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 식당 주인은 청탁금지법을 의식해 2만원 안팎의 메뉴를 개발했지만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음식업 8조5000억원, 소비재·유통업 1조97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등 연간 11조6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