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개헌 관련 '침묵 전술'..."국민투표 영향 의식한 듯"

2016-10-13 12:21
섣불리 나섰다가 여야 대립 격화될까 우려...내부에서도 자제 목소리

[사진=AP연합]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 개회 이후 개헌 관련 발언을 삼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호소해왔던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른 것이어서 일부에서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일본 야당에서는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에 대해 '기회주의'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집권 자민당의 개헌 초안이 공개됐을 때 헌법 개정을 주장한 자신의 답변이 야당의 반발을 부른 이후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여야가 대립하기 시작하면 국민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를 통해 집권 자민당은 개헌에 필요한 의원수 3분의 2 이상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안보관련법이나 특정정보 보호법을 통과시켰을 때처럼 국회 의석수로만 밀어부칠 수는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 호응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입장이 야당의 반발을 불러 대립이 격화되면 '구태 정치'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 내에서도 "헌법 개정을 추진하려면 아베 총리는 가능한 한 헌법 개정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야당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야마오 시오리 민진당 소속 중의원은 "계속 도망치는 아베 총리의 태도가 개헌 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다른 야당인 공산당에서도 "아베 정권 하에서는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개헌 움직임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개정 헌법은 △ 헌법 9조 개정 △ 긴급사태 조항 창설 △ 환경권 등 신규 인권 조항 마련 △ 재정 관련 규율 제안 등이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재해 등 유사시에 총리에게 권력을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헌법 9조 개정이다. 헌법 9조 2항에서는 전력 보유·교전권(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항이 개헌될 경우 일본은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만큼 주변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