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삼성 갤럭시 ‘엣지’, 2012년에 특허 출원···‘특허 토커’

2016-10-04 15:11

'특허 토커' 표지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해 4월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 엣지는 단말 좌우 양 끝을 유선형 곡면으로 처리한 뒤 여기에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이 기능의 컨셉은 이미 2012년 1월 출원된 ‘휴대단말 이벤트 제공 방법 및 장치’라는 한국특허(출원번호 10-2012-0002968)에 자세히 나와 있다. 2013년 7월 일반에 공개된 이 특허를 유심히 봤다면, 2년여 뒤 출시될 갤럭시 엣지의 모양과 기능을 충분히 어림할 수 있었다.

‘지적재산권(IP)’로도 불리는 특허(IP)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최첨단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총망라된 결과물이자, 미래에 가장 실증적으로 근접한 데이터의 집합체다.

특허 정보는 누구나 공짜로 들여다볼 수 있다.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는 대신, ‘특허권’이라는 배타적 독점권을 국가로부터 부여받는 게 바로 현행 특허제도다. 신간 ‘특허 토커’(IP Talker)는 바로 이 ‘특허 정보’에서 출발한다. 공개는 돼있으나 아무나 분석해낼 수 없는 ‘특허 정보’를 이리저리 들추고 캐내다 보면 특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미래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국내 유일의 특허 전문 미디어 ‘IP노믹스’의 류경동 편집장이 쓴 ‘특허토커’는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특허를 흥미로운 미래 이야기로 재편해 들려준다.

지난 3월 세계 최초 모듈방식 스마트폰으로 화제를 모은 LG전자의 G5의 ‘착탈식’ 컨셉은 실은 10년 전 팬택 연구실에서 먼저 나왔다는 사실도 특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다. 같은 논리로 애플과 구글의 최신 특허동향과 IP정보를 분석, 이들이 조만간 내놓을 신제품과 서비스를 실증적으로 예견했다.

‘특허 토커’는 9월 7일(현지시각) 공개된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7’의 신규 사양도 완벽하게 그려냈다. 루머나 유출 사진 등이 아닌 오로지 공식 출원·등록된 애플의 ‘특허’로만 차기 아이폰 모델에 장착될 신기술을 정확히 짚었다. 저자는 지난 4월 미 특허청(USPTO)이 공개한 애플의 특허(무선 헤드폰 및 헤드셋 오디오 클래스 규격 충전용 액세서리)을 근거로, 아이폰7에 3.5mm 이어폰 단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2년여 전인 지난 2014년 7월 미국에서 출원된 애플 특허(MOBILE CAMERA SYSTEM)의 명세서 등 각종 IP정보를 입수·분석, 이를 토대로 ‘듀얼 카메라’가 차기 폰에 장착될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해 정확히 맞혔다.

이 책은 방대한 양의 특허 빅데이터를 시계열로 교차 분석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을 도입, 복잡한 숫자들을 인포그래픽으로 최대한 단순화했다. 펀르가즘은 이 책의 최고 지향점 중 하나다. 어려운 특허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특허 도면을 만화 스틸컷으로 재구성했다. 공상 만화책 읽듯, 독자가 직접 ‘구글 자율주행차’를 가상 운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NPE’(특허관리전문업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짝퉁왕 중국이 ‘특허왕’에 등극한 사연과 글로벌 특허허브시티를 표방하는 대전시의 애환 등도 소개한다. ‘특허와 대통령’, ‘특허와 여배우’ 편에서는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경BP 발간, 신국판, 248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