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용현 여가부 차관 "여성 일ㆍ가정 양립 확산돼야 저출산ㆍ고령화 극복하는 길"

2016-10-04 15:15
한국 여성고용률 54.9%....OECE 평균(58.0%)보다 3.1%p 낮아
한국 남성 고용률 75.7%...30대 남녀 고용률 격차 35%p까지 벌어져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있어 일·가정 양립문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그동안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참여 확대 면에서 많은 성취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발전하는 양성평등 문화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여성 및 가족정책 전반과 청소년 육성·보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여성 공직자의 참여 비율도 높을 것이라고 으레 생각이 든다. 이는 누구나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여성정책을 최일선에서 이끌면서 관련 부처의 산증인으로는 이 인물이 꼽힌다. 바로 권용현(58) 여가부 차관이다. 4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권 차관은 그야말로 지금껏 공직생활을 여성가족 업무와 함께했다.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그 다음해인 1989년 여가부 전신 정무장관(제2)실로 배치됐다는 권용현 차관은 "제2대 정무장관부터 지금까지 모신 수장만해도 여성특별위원회를 포함해 20명 가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년간 잠시 보건복지가족부로 자리를 옮기지만 본연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당시 여가부가 여성부로 환원되고, 본래 명칭으로 재개편되면서 한때 가족·보육 기능이 복지부로 넘어갔다 복귀한데 따른다.

권 차관은 "1995년 마련된 '여성발전기본법'으로 여성정책의 범위와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여성발전기금 조성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며 "엄연한 대한민국의 한 국가정책으로 정립하는 동시에 오늘날 우리사회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뒷받침했다는데 보람이 크다"고 밝게 웃었다.

◆ "여성경제활동 확대와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은 시대적 과제"

우리 사회 여성들은 몇 년 전부터 대학진학률이나 20대 취업률 면에서 오히려 남성들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후 출산과 육아기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한국 남성 고용률은 7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3.7%)을 웃돈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은 54.9%로 평균(58.0%)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30대 남녀 고용률 격차는 3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권 차관은 "여성경제활동 확대와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은 현재 여성가족부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대한민국의 발전뿐 아니라 존립 자체와 직결된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가정 양립을 통한 여성고용률 제고는 각 가정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 길이고 국가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그동안 제도개선과 의식 확산 등을 적극 추진한 결과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개선됐다. 가족친화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정부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 기업의 경우 2008년 14개사로 시작해 지난해 기준 1363개사로 확대됐다. 올해 인증심사 신청을 완료한 결과 신규 625개 기업을 포함해 952개사가 신청해 1800여개 사가 넘을 전망이다. 

권 차관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일·가정 양립의 고충은 여전히 큰 것 같다"며 "가정 내에서는 육아와 가사를 거의 전적으로 여성이 부담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하고, 직장에서는 습관적인 야근과 가족친화제도 활용을 가로막는 '사내 눈치법' 등 근무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중소기업 여성 일·가정 양립 문화의 사각지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용현 차관은 이와 관련해 "가족친화경영의 무유형의 성과를 더욱 널리 확산시켜서 동참하는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특히 중소기업 600개사 추가 인증을 목표로 중소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개발과 제도 홍보 등에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가 핵심이라는 게 권 차관의 생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처음으로 6.5%를 넘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7.4%로 2012년 2.8%에 비해 156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남성육아휴직에 따른 가계부담을 덜어주고, 남성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남성들의 참여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14년 10월 '아빠의 달' 제도가 첫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지원이 확대됐고, 당초 1개월에서 올 들어 3개월로 지원 기간이 늘어났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원금액이 최대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커진다.

권용현 차관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남성육아를 둘러싼 사회인식을 개선하고 지난 6월 말부터 '초보 아빠수첩'을 만들어 전국 보건소와 산부인과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7년 여가부 예산 총 7023억원...양육지원 대폭 확대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은 총 70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한다. 양육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취약가정 대상 양육지원을 크게 강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홀로 육아·생계·가사의 3중 부담을 지어야 하는 양육한부모의 역량강화를 위해 아동양육비가 상향됐다.

현재 만 12세 미만인 자녀까지 월 10만 원 지급되던 것을 내년부터 만 13세 미만까지 월 12만원 지원된다. 청소년 한부모에게 월 15만원 지급되던 아동양육비도 월 17만원으로 올랐다.

권 차관은 "한부모가족의 고충을 생각하면 아직 적은 금액이지만 불과 5년 전 지원금이 월 5만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증액"이라고 평가했다. 

청소년들 가운데 주의역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대인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구가 1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이들을 위한 전문치료시설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치료재활센터' 일명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한 곳에 불과했기에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 차관은 "가출 등으로 거리를 헤매는 위기청소년에 대한 보호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활보호, 학업 및 자립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쉼터를 123개소로 4개소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아동학대·여성폭력 근절에도 행정력 집중"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련 부모교육과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 차관은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부모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양육수당 신청 시 부모 교육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대학 교양과목으로 부모교육 강좌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예비부모교육 특강을 국방TV 정훈프로그램에서 방송해 60만 군 장병 전체가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가 자녀와의 친밀도와 유대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정부는 여성의 안전 대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폭력 예방 환경 조성,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생활 속 양성평등 인식제고에 중점을 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며 내년도 예산안 수립에도 이를 반영했다. 

권 차관은 "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의 폭력예방교육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교육 부진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600곳에서 760곳으로 확대한다"며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도서벽지, 산간오지 등으로 넓혀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교육 횟수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이라고 말했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프로필
▷1960년 충북 충주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32회 행정고시 합격 ▷여성가족부 총무과장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정책관 ▷여성가족부 대변인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여성가족부 차관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문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