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구제할 의지 있나…대한항공, ‘담보 선취득’ 조건부 승인

2016-09-10 20:21
롱비치터미널 대주주 MSC와 해외 금융기관 6곳 동의 얻어야

가칭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의 약 500여명으로 구성된 상경투쟁단이 7일 오후 서울 칼빌딩 앞에서 '한진해운살리기' 대규모 투쟁집회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대한항공 이사회가 ‘담보 선취득’ 조건이라는 조건을 붙여 한진해운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위기에 처했다.

조양호 회장의 실질적인 한진해운 구제 의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0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 안건과 관련, 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운영사 TTI) 담보를 먼저 취득한 후 자금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줄 계획이었다.

당초 회사 경영진은 신속한 지원을 위해 600억원을 먼저 집행하고 나중에 담보를 설정하자고 이사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 자산을 담보로 잡을 수 있는지 불확실한 데다 대한항공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해 배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담보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대한항공이 지난 8일과 9일 잇따라 개최한 이사회에서도 이런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현재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이들 중 한 주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한 셈이다.

만약 전부 동의한다 해도 담보를 설정해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물류대란을 조기에 수습할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지원하기로 한 400억원만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을 정상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3일부터 집행할 계획이다.

앞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법원은 공해상을 떠도는 선박을 가까운 항만에 정박시켜 하역 작업을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약 17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