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지태 "되도록 배우로 되도록 감독으로 남고 싶다"
2016-09-01 16:12
이태준을 연기한 유지태는 “이태준은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다. 워낙 나쁜 캐릭터라 아내 김효진에게도 보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인터뷰를 요청한 매체가 60개 정도라는데, 그 정도면 천만 영화 주연급이다. ‘이태준을 잘 표현했구나’ 싶어 흐뭇했다”고 했다.
‘굿와이프’는 전도연이 2005년 SBS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에 찍은 드라마다. TV에서 보기 힘든 전도연과 유지태가 부부 연기를 펼친다고 해 첫방송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유지태는 파트너 전도연을 “천생 배우”라고 표현했다.
“첫 대본리딩을 하러 갈 때부터 설렜고 흥분됐죠. 내 앞에 전도연이 앉아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요. 그는 천생 배우예요.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죠. 그렇게 오래 연기하고, 그렇게 인정받았으면서도 여전히 내가 연기하는 감정이 진짜일까를 고민하고, 진짜를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하더라고요. 그런 배우가 나뿐만이 아니구나, 싶어 외롭지 않았어요.”
유지태는 “작품을 선택할 때 영화와 드라마를 애써 구분하지 않는다. 영화만 하는 배우, 드라마만 하는 배우라고 구분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 많은 도전 정신을 요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확실히 연기적 도전이었어요.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나와 있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대본이 끝까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라면 불안감은 심장이 쪼그라들고 목이 죌 정도예요. 지금 정한 캐릭터의 설정이 나중에 나온 대본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간극을 채우는 것 역시 배우의 몫이죠. 모두 제 할 일 바쁜 현장에서 감독, 작가 붙들고 한탄할 수 있나요.”
그는 ‘마이 라띠마’를 연출,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연출작 ‘안까이’도 탈고를 마쳤다. 옌볜(延邊) 사투리로 ‘아내’라는 뜻을 지닌 ‘안까이’는 조선족에게 속아 옌볜으로 팔려갔던 여인이 자신을 사간 남자와 사랑에 빠지며 겪는 혼란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위해 작업실과 집을 분리했어요. 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서 봐야 할 책, 다큐멘터리, 영화, 논문이 산더미니까요. 너무 공부만 하니까 사람들이 나중에 강단에 설 것이냐고 하는데, 그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에요. 끝까지 현장에 남을 겁니다. 현장에서의 제 모습이 되도록 배우였으면 좋겠고, 되도록 연출자였으면 좋겠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구는 최선보다는 잘 하는 게 우선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오른다고 믿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