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자사고 자기소개서 제출방식 놓고 잇단 충돌
2016-08-03 15:09
서울교육청 잇단 수정 요구에 자사고들은 질의서 보내 회신 요구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서울교육청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사이에 자기소개서 제출 방식을 놓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서울 자사고들이 2일 서울교육청에 질의서를 보내 제출한 입학요강에 대해 승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회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 자사고들은 교육청의 회신을 보고 향후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자사고들은 법에 근거한 입학요강을 3회 제출했는데도 교육청이 승인을 하지 않아 질의서를 보내 회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나고를 제외한 22개 서울 자사고의 2017학년도 입학요강은 10일까지 교육감 승인이 이뤄져야 문제없이 입학전형이 진행될 수 있다.
1주일의 기한을 남겨두고도 아직 입학요강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교육청과 자사고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서울교육청이 지난 3월 학생과 중학교의 부담 경감을 위해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지원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데 대해 자사고들이 선발권을 위축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면접 대상자에게만 자기소개서를 받아 모두가 제출하는 불합리한 전형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사고들은 입학지원 당시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중학교 교사의 진학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고들은 자기소개서 외에 온라인 접수 자료만 가지고 추첨하는 입시에 대해 불만이다.
외고와 과학고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까지 받으면서 입시전형을 하는데 자사고만 받지 말라는 것이 불공평하고 법에도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들은 서울교육청의 제도개선안이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승인 기한 일주일을 앞두고 내년 재평가 대상인 서울 자사고들은 서울교육청의 입학요강 수정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교육청도 일부 학교가 수정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교육청이 지난 28일 자사고에 공문을 다시 보내 입학모집요강 수정을 요구하고 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자사고들은 내년 재평가 대상인 경문고와 장훈고가 수정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경문고와 장훈고는 지난해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될 당시 서울교육청과 면접 전형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면접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추첨 전형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해 서울교육청의 온라인 접수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는 개선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재평가 대상인 숭문, 신일고의 경우에도 2014년 같은 약속을 하면서 조희연 교육감으로부터 2년 지정취소 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두 학교의 평가가 끝났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들 학교의 경우에는 2015학년도, 2016학년도 입시를 면접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추첨으로만 선발하는 등 약속을 이행해 재평가에서 지정 승인을 다시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서울교육청은 아직 재승인 결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서울 자사고 22곳 중 일부가 면접시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입학전형 개선안을 수용하면서 이달 10일 승인 기한까지 추가로 요구를 받아들이는 학교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서울교육청의 이번 수정 요청 공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중순에 수정 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이를 받아들인 곳은 없었다.
이번 공문에서 서울교육청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지 못한 공고안은 효력이 없으므로 이러한 전형요강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경우 절차적.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청의 요청 사항 미이행 학교에 대해서는 추후 행정처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교육청은 몇 일 더 기한을 두고 제출 여부를 확인한 뒤 재 수정 요구 공문을 다시 보낸다는 계획이다.
2017학년도 입학모집요강을 놓고 서울교육청과 자사고들의 줄다리기는 입학요강이 확정돼야 하는 10일 이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자사고들이 입학전형 요강을 수정하지 않고 교육감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입시전형에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조희연 교육감이 자체적으로 수정한 입학전형 요강을 승인하게 될 경우 자사고들이 소송에 나서는 등 집단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고들은 입시요강을 교육감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학교장들의 자율적인 권한 행사를 침해한 것으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었다.
이종배 서울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자기소개서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쓸 필요가 없는 학생들은 안 쓰고 1단계 추첨이 끝나고 필요한 사람만 쓰라는 것”이라며 “추첨이 안 될 아이들이 써보지도 못할 자소서를 쓰려고 고생하기 보다는 중학교 3학년 담임 업무 경감 등을 위해 하는 제도개선으로 진학지도야 평소에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목 교장은 "서울교육청이 적법한 입학요강을 제출했는데도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용을 강요하면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승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요구한 회신을 보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