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사실상 타결…총 5300억원 인하(종합)

2016-06-10 16:14

지난달 31일 오후 '제177-2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 로비가 취재진과 채권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현대상선은 회사채 2400억원어치에 대해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참석 채권자들의 동의로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김봉철·이정주 기자 = 현대상선은 10일 해운업 구조조정의 핵심 난제로 꼽히던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용선료 협상을 진행해 온 결과, 최근 5개의 컨테이너 선주들과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또 벌크 선주들로부터는 25% 수준에서 합의 의사를 받는 등 6월까지 모든 선주사들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을 통해 향후 3년 6개월간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용선료의 약 2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외국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분 가운데 일부는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22년부터 5년간 장기 채권으로 나눠 받게 된다.

당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용선료 협상의 목표치로 설정한 것은 약 28.4% 수준(3년 6개월간 7200억원)이었다.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결과를 승인하기로 했다.

산은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원금과 이자 모두를 상환받기 어려운 금융채권과 달리 용선료의 원금에 해당하는 선박은 언제든 회수가 가능하고, 다른 해운사에 재임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 대상 용선주들이 글로벌 영업을 하고 있어 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 결과가 당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용선료 인하에 앞서 현대상선은 주로 단위 농협·수협으로 구성된 회사채 투자자(사채권자)들과 8042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을 완료했다.

용선료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현대상선은 지난 2월 발표했던 자산매각, 사채권자 집회, 용선료 조정을 내용으로 한 자구안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은 법정관리 아래서 이뤄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법정관리가 아닌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상태에서 용선주·은행 채권단·사채권자·주주 모두가 자발적으로 경영정상화 과정에 동참했다.

지난 2월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시작으로 현대증권, 벌크전용선 사업부, 부산신항터미널 등 자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지난 5월 31일부터 양일간 개최됐던 총 5회의 사채권자 집회들은 모두 가결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용선료 협상 등 모든 자구안이 마무리됨에 따라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면서 “채권단 등 모든 이해관계자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자구안이 완료 된 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현대증권 매각 완료로 부채비율은 700%대로 하락했으며, 용선료 조정 및 출자전환까지 마무리될 경우 400% 이하로 떨어진다. 이는 정부의 ‘선박 펀드’ 지원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초대형·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한 선대 경쟁력 강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해운동맹 역시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3일 출범한 ‘디(THE) 얼라이언스’에서 참여가 ‘유보’된 바 있으나, 경영정상화가 가시화되는 만큼 얼라이언스 가입이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동의를 받아내면 가입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해운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6월 말까지 해운동맹 가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후 7∼8월께 출자전환을 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상선 최대 주주(지분율 약 40%)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가 되는 것이다.

산은은 현대상선이 경쟁력 있는 선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경영진 교체,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초대형·고효율 선박으로 운항 선박 구조를 개편하는 등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출자전환 이후 부채비율이 200%대로 떨어지면 8월께 정부의 초대형 선박 신조(新造)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선박펀드를 조성, 국적선사에 1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공급해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한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한진해운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가진 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