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기준금리 인하,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무관"

2016-06-09 13:5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소재 본관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낮춘 것에 대해 "국책은행 자본확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기업구조조정을 직접적인 고려 요인이나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며 "단지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나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했지만 직접적인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기업구조조정의 파급 효과를 감안했지만 직접적인 인하 요인으로 고려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이 총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위한 간접출자에 대해 "펀드는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재정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경제성장률 전망은.
- 한은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5월 내수지표 회복세가 4월보다 약화됐다. 4~5월을 같이 보면 1분기보다는 내수가 나아졌다. 1분기가 워낙 부진했던 탓이다. 상반기 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2.9%로 예상했는데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하반기다. 하반기에는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이 글로벌 교역 부진인데 정도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방 리스크도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이달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 그동안 금리 인하와 재정, 구조개혁의 조합에 대해 강조해왔는데 금리 인하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한 결정인가.
-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재정정책도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저성장에는 구조적 요인이 상당 부문 작용하고 있어 구조개혁도 같이 가야 한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없고 재정정책의 적극적 운용,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조금도 바뀐 게 없다. 예산 조기집행이 상반기 성장률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조기집행 폭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이달에 먼저 움직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 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ant), 상황에 맞춰 운용할 수밖에 없다. 한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이 이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시그널을 어느 정도 줬느냐 하는 것은 판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 통화정책 운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의 여지도 있지만 금리 정책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또 정책 여력이 있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최근까지 국내외적으로 많은 상황 변화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 먼저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한은의 수출입은행 직접 출자 가능성도 담겨있다.
- 한은의 주요 책무 중 하나가 금융안정이다. 금융위기가 생기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금융위기 시 금융안정 책무를 담당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천명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지만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 소비자물가가 장기간 한은 목표치에 어긋나고 있는 데 예상은.
- 소비자물가가 5월에는 다시 1% 아래로 많이 떨어졌다. 상당기간 물가안정목표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저유가 효과가 점차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가 회복된다면 내년쯤에는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치에 접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경기주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는가.
- 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게 분명하다. 저인플레가 지속되면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약화될 수 있고 기업투자심리를 약화시켜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저인플레가 완화되면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재 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한은의 판단은.
-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때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같이 본다. 가계부채를 고려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단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는 있다. 은행 여신 심사 강화 노력이 본격화되고 하반기 중에는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큰 폭의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금리를 낮춘 만큼 가계부채에 더 유념할 수밖에 없다. 또 가계부채,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거시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도록 하겠다.

◆ 현재 세계경제를 보는 시각은.
- 미국을 제외하고는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통화·재정 등에서 3년여간 큰 폭의 확장정책을 폈지만 조금씩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어찌 보면 미국이 그나마 세계 경제를 리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의미하기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다.

◆ 기준금리 인하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정책을 권고하며 통화정책도 더 완화적으로 갈 여지가 있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도 재정의 역할을 많이 강조했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그에 따른 코스트(비용)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가계부채, 자본유출 우려 등이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자본유출 가능성도 늘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초 경제 여건이나 은행 외환건전성, 미국 이외의 타국은 완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달에 금리 내려도 자본유출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 이달 말에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다.
- 이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도 원·위안 직거래시장을 개설키로 했다. 한은과 정부가 중국 인민은행이나 외환시장 참가자들과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비거주자가 원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처음 허용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원화의 국제화, 활용도 제고의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에서 필요에 따라 원화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환위험을 줄일 수 있고 환전 수수료 절감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준금리 인하가 기업구조조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 오늘의 금리 인하 결정은 어제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과 전혀 무관하다. 한은의 설립목적은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 금융안정이고 통화정책방향 결정할 때는 이를 균형적으로 고려한다.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고려요인이나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단지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나 고용, 투자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하지만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목적은 아니다.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는가.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 같다. 물론 금리 결정할 때 이 점도 감안했다. 5월 고용지표가 예상과 달리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는 6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최근 연설에서 5월 고용지표 부진이 일시적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지난 수년간 노동시장이 크게 개선돼왔다는 점,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에 긍정적 요소가 더 많다고 평가한 점 등을 종합하면 금리 인상 시기가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브렉시트가 국제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 브렉시트가 실현된다면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탈퇴가 부결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 가격에 미리 반영됐다. 하지만 반대 결과가 나타나면 이른 시일 내에 가격에 반영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실제 실현될 경우 충격은 1차적으로 금융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시적으로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에 대비해서 영국 중앙은행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브렉시트가 실현돼도 영국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으로 (파급 효과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의 금리정책이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 미국의 통화정책은 한은 기준금리와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게 아니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한은의 고려 요인이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 미국이 지난 4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시켰는데 추가 금리 인하가 불필요한 오해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 기본적으로 금리정책이 환율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 IMF 연례회의단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고 재정과 통화정책 양면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오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발권력 동원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나 합의를 강조한 바 있다.
- 이번 방안에는 재정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7년 예산에 현금출자를 반영하겠다고도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확충 방안은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만들었다. 그 전에 중앙은행의 펀드가 보완적 역할 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국민적 공감대나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는 원칙이 지켜졌다고 보고 있다.

◆ 금리 인하 결정에 정부를 비롯한 외부 기관의 의견이 반영됐나.
- 그동안 거시경제를 감안할 때 "추가 완화 조치가 필요하고 여력도 있다. 단지 여력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보겠다"고 했다. 다만 재정과 전반적인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한다며 타이밍을 강조했다. 오늘 결정도 다른 기관의 언급과는 무관하다. 금통위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결정을 내린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경기둔화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가.
- 다음 달 경제전망 수정해 여러 지표나 새로운 정보로 경제전망을 다듬는 기회가 있다. 한 달 남았지만 지금까지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봤을 때 하방 위험이 크다. 대외여건을 감안하면 이달에 내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나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국가이기 때문에 자본유출 요인이나 국가신용등급 차이 등을 감안하면 주요 선진국보다는 기준금리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적정 수준에 대해) 짚어서 얘기하기 어렵다. 실효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개혁 조화를 강조했는데 이를 충족했다고 보는가.
- 지금의 저성장은 경기적 요인 외에 구조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검증된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물론 추경 여부는 정부가 판단할 몫이다. 통화정책만으로 현재의 저성장, 성장잠재력 약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는 뜻인가.
- 여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추정하기 쉽지 않고 여력이 발생 가능한 상황을 열어놓고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를 보면 한은의 부담이 너무 큰 게 아닌가.
- 한은이 10조원을 부담토록 돼 있지만 캐피탈 콜 방식이기 때문에 전액 집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발생가능한 모든 것을 염두해 한도를 정하고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