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엔고수혜' 못 누리는 이유는?

2016-05-22 06:00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정보기술(IT)주가 전통적인 호재인 엔고(엔화강세) 수혜를 못 누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동운아나텍, 인터플렉스, 파트론, 아모텍을 비롯한 국내 IT주와 IT 부품주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런 영향으로 LG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5만9000원에서 5만1900원으로 12.03% 하락했다. 삼성SDI와 동운아나텍도 각각 6.55%, 11.20% 내렸다.

엔고 영향으로 부진한 일본 IT업체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기업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실제 올해 1분기 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7% 남짓 오르는 동안 일본 기업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일본 IT 기업도 이런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보였다. 세트업체 4곳, 부품업체 7곳이 모두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특히 세트업체는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13.7% 감소했다. 영업적자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엔고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된 것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자체적으로 영업을 잘 하느냐가 핵심인데, 이를 못한 결과"라고 전했다.

국내 IT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재고관리 효과와 부진한 아이폰 판매가 겹치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승혁 연구원은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는 예상치인 3억5600만대를 밑도는 3억3500만대로 추정된다"며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역성장(-3%)한 판매대수를 나타내면서 생각보다 글로벌 수요 위축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진 국내 IT주와 IT 부품주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상승 중이고, 원·유로 환율도 연초부터 상승하고 있어 국내 업체를 둘러싼 환율 환경은 양호하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는 세트사업, 특히 가전에서 이익 레벨업에 성공했으나, 가치가 미반영돼 있다"며 "하반기 전기차 부품 공급 이슈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고, 현재 0.78배인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LG이노텍은 하반기 듀얼카메라 공급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적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세코닉스는 듀얼카메라와 자동차 2가지 이슈에 노출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수혜를 볼 삼성전기와 아모텍, 파트론을 IT 부품주 가운데 최선호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