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엽기적인 그녀2’ 아쉬운 첫사랑의 뒷모습

2016-05-12 15:34

'그녀' 역의 빅토리아(왼쪽), '견우' 역의 차태현[사진=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그녀(전지현 분)가 떠났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견우(차태현 분)를, 심지어 속세를 떠나버렸다. 홀로 남겨진 견우는 실연과 취업에 시달리고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우울한 취준생 견우의 앞에 돌연 어린 시절 첫사랑 그녀(빅토리아 분)가 나타난다. 더 살벌해지고 엽기적인 그녀의 등장. 영화 ‘엽기적인 그녀2’의 이야기다.

새로운 그녀는 중국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이미 견우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 그는 그 시절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와의 결혼을 마음먹는다. 어눌한 한국말과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그녀는 번번이 견우를 놀라게 하고 이따금 주변인들까지 충격에 빠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견우는 그런 그녀가 좋기만 하고 자신의 아내가 된 그녀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다. 견우는 오로지 그녀만을 바라보며 어렵사리 대기업에 취직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제작 신씨네·배급 리틀빅픽처스)는 2001년 개봉 당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전지현과 차태현의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이다. 전작이 엽기적인 그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견우의 이야기를 더 비중 있게 다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견우는 시간이 흐른 만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기도 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악착같이 삶을 견디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견우의 모습이 ‘엽기적인 그녀2’와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마치 훌쩍 자라버린 첫사랑을 대면하고 그의 초라한 뒷모습을 목격한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하다.

이는 속편이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돌던 때부터 원작 팬들이 우려하던 바와도 같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비구니가 된 그녀를 보여주고 (꽤나 단호하게) 떠나보낸다. 그러더니 새로운 그녀와 정이 들기도 전에 원조 그녀의 의뭉스러운 결말로 팬들을 황당하고 찝찝하게 만든다.

이런 찝찝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전작과 속편을 별개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새로운 그녀와 견우 그리고 그들의 좌충우돌 신혼생활과 능청스러움이 더 아기자기하고 코믹하게 느껴질 테니까.

배우들의 연기력도 이런 아쉬움에 한몫한다. 원조 견우 차태현과 그의 직장 동료 용섭 배성우의 고군분투가 런닝타임 내내 이어지고 새로운 그녀 빅토리아는 이따금 자막이 필요한 한국어 발음으로 관객을 당혹시킨다. 아무리 중국인 설정이라지만 감정신 같은 경우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정도의 한국어 발음이라면 굳이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썼어야 했나 싶을 정도다. 물론 연기력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차태현, 배성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