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둔갑 '숙취주사' 주의보

2016-03-22 06:12
2000억 규모 숙취음료 인기 편승
병·의원들 과장광고로 고객 끌기
전문가 "되레 간손상 크다 " 경고

[사진=병원들의 숙취주사 인터넷 광고 캡처]


아주경제 조현미·김온유 기자 = #서울에 위치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이미진(26)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전날 과음한 이씨는 숙취 해소법을 검색하다 이 병원 홈페이지에서 '숙취 주사'가 술을 깨는 데 효과적이라는 글을 본 뒤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는 기본 영양주사에 독소를 없애준다는 성분을 추가한 10만원짜리 주사를 맞았다. 1시간가량 수액주사를 맞고 한숨 자고나니 몸이 아침보다는 개운해졌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숙취해소제 시장이 커지자 병·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숙취 주사'라는 시술법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만능 치료법 인양 과장 광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음료로 대표되는 국내 숙취해소 관련 시장 규모는 해마다 20% 이상 성장 중이다. 2005년 600억원에서 2008년에는 1000억원(114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관련 특허도 부쩍 늘었다. 특허청 자료를 보면 숙취해소 음료 특허는 2005~2014년 사이 총 359건에 달한다. 특히 2010년부터는 연평균 증가율이 9%를 뛰어넘었다.

이에 병·의원 업계에서도 '숙취 주사'라는 이름을 앞세워 다양한 시술법을 홍보하며 고객 끌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숙취 주사는 포도당과 비타민 등을 섞어 만든 정맥주사다. 특별한 의료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내과와 가정의학과는 물론 피부과·성형외과·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도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름도 '숙취해소 주사', '굿모닝 주사', '마늘 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으로 불리고 있다.

많은 병·의원에선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병원 사람들은 숙취가 없다", "딱 1시간 단잠 자고 일어나면 마법처럼 사라지는 숙취" 등의 홍보 글을 게재하고 있다. 또 주사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짧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받을 수 있다며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A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은 숙취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소개하며 "가격은 5만~8만원 정도로 숙취 정도에 따라 처방해주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B 영상의학과 의원에선 "숙취 성분은 성분 조합에 따라 5만~10만원까지 다양하다"며 "10만원짜리 주사에는 미백 효과도 추가된다"고 권유한다. 이런 현상은 해당 시술하는 많은 병·의원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숙취 주사가 광고만큼 대단한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안상훈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숙취 주사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숙취라는 증상은 개개인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기 때문에 같은 처방으로는 모두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수액을 맞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알코올분해 작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누워서 1시간가량 쉬면 누구나 피로감이 나아진다"고 덧붙였다.

또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숙취 주사와 같은 수액이 혈액 순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순 있어도 내부 장기의 회복을 돕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과도하게 챙겨 먹는 경우가 많아 간이나 위가 쉽게 피로해진다"며 "이런 상태에서 바로 다음날 고농축된 숙취 주사를 맞으면 오히려 간을 더 손상시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