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산업위기] ⓾ 3차 구조조정 돌입 현대로템, 10년 만에 인력조정
2016-03-02 06:00
현대로템, 정책의 수혜자인가, 피해자인가? ①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월 18일 현대로템이 사무직 2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한 달 전 1차 사무직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현대로템이었다.
신청 대상은 2013년 1월 1일 이전 입사자로 과장급 이상 직원이다.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근속 연수 10년 이상자는 월급여 12개월분, 근속 5~10년은 10개월분, 5년 미만자는 6개월분을 받는다. 또 기타 지급금 명목으로 격려금과 연월차수당, 장기근속포상, 대학학자금 등도 지급된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번 희망퇴직은 사실상 철도차량산업이 1차(1999년), 2차(2000~2005년)에 이어 3차 구조조정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철도차량 완제품 생산업체가 복수 체제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회사 규모가 월등히 큰 현대로템의 유일체제라는 점에서, 현대로템이 처한 현실이 곧 국내 철도차량산업의 현주소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대 규모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조3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929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4분기에 2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철도차량사업의 급락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철도 부문 매출액은 1조4869억원으로 전년(1조6198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특히 철도 부문 영업손실은 2014년 430억원에서 지난해 1894억원으로 확대돼 회사 전체 영업손실액의 98.2%를 차지했다. 4분기 브라질 상파울로PJT 계약변경에 따른 환평가 손실인식이 적자확대의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26일 현대로템은 창원 공장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장현교 현대로템 공장장은 “신규 수주 부진이 지속된다면 2017년 말에 가면 공장 가동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시점으로 의장공장을 기준으로 할 때, 현대로템은 2016년 1월 생산량이 69량으로 회사가 마련한 기준 월 67량 대비 103%의 가동률을 기록하겠지만 차츰 낮아져 2017년 12월에는 14량으로 가동률 21%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철도차량산업은 수주산업이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생산 현장 인력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일정 수준의 업무 숙련도를 보유해야 완성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으며, 작업 효율성도 확대되기 때문에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감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제품 업체와 손잡고 부분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일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로템은 현재 200여 개 주요 1차 부품업체를 비롯한 1800여개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차량을 만들고 있으나 국내 부품사 대부분이 종업원 50명 미만의 중소 영세업체다. 한국철도차량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도차량 관련 부품업체의 연평균 매출은 13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협력업체가 문을 닫으면 당장 해당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하려고 해도 생산설비를 갖추고 가동해 기준 품질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또한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여력이 없어 다른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할 수 없다. 일감이 없어 협력사가 이탈하면, 이들 업체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도 쉽지 않다. 이럴 경우 현대로템이 떠 앉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조선·플랜트 업체들이 출혈을 감내해서라도 일감을 따내려는 이유다.
현대로템은 일단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수주 부진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생산계획을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인력조정의 범위가 생산직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지난달 들어 생산직 직원들의 토요일 특근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에 반발하는 노동조합도 휴일 특근과 평일 잔업 등을 거부하는 등 갈등의 불씨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