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 파업 투표 절차·투쟁명령 놓고 '갑론을박'(종합)
2016-02-19 19:30
조종사노조 “파업 투표 가결...준법투쟁 돌입” vs 대한항공 “절차위법...태업행위”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 노사는 19일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투표 절차와 투쟁 명령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1년 만에 파업 등 쟁의행위를 가결하며 정시출근 등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파업 찬반 투표절차가 위법해 쟁의행위 가결을 인정할 수 없으며 노조가 쟁의행위 투표 가결 이후 발표한 투쟁명령1호는 “태업행위”라고 비판했다.
파업을 하려면 조종사 노조 조합원 1085명과 새노조 조합원 760명을 더한 총 조합원 1845명의 과반인 923명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조종사 노조는 1845명 중 1106명이 투표 참여해 찬성 59.9%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1조 및 조종사노조 규약 제52조 규정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 진행 시‘투표자 명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사측과 새노조에 새노조 조합원 명부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노조 상위단체와 노무사 등 협의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고 투표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한항공 노사는 임금협상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이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놓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20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모든 조합원은 지침을 따른다”며 정시출근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비행준비, 근무를 위한 이동시 이코노미석 배정 거부,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등 세 가지를 명령했다. 조종사 노조는 당장 파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먼저 정시에 출근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비행한다. 이른바 준법투쟁이다. 조종사들은 앞으로 규정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준비가 끝나야 출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예정된 출발시간이 지나더라도 안전을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출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근무로 인한 비행기 이동시 이코노미석 탑승 거부 명령이다. 조종사들은 스케줄에 따라 공항을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비즈니스석에 앉아 이동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비즈니스석 부족으로 이코노미석에 탑승해야할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에 노조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거부해 해당 조종사가 운항하려던 여객기 출발이 지연되더라도 회사의 잘못된 정책과 규정 위반이 원인이라고 투쟁명령 1호에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지침이다. 단협과 항공법에 따라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운항하면 최대 8시간 동안 조종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8시간을 넘으면 반드시 추가 조종사 탑승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규남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동영상을 통해 "조합원 여러분들은 오직 승객의 안전을 위한 비행에 전념해달라"며 "이 과정에 손님 여러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불편들을 감수해야만 그동안 감춰진 불안전 요소들이 바로 잡히고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 투표 가결 이후 발표한 투쟁명령1호는 의도적으로 항공기 운항을 지연 또는 거부해, 승객 불편을 초래하고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는 명백한 태업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만약 태업으로 인해 안전운항을 저해하거나 법령‧기준을 위반할 경우 사규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는 한편 발생한 회사 손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당장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준법투쟁으로 여객기 출발이 줄줄이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는 수천 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인상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태업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종사 노조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될 태업 결정을 거두고, 회사와 함께 상생과 협력의 원칙하에 원만한 타결을 위한 임금 교섭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