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막아라]홍대 앞, 성수동·이태원·서촌·북촌·신촌·삼청동 등 서울 곳곳에서 문제 심화
2016-02-21 13:46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법개정 통한 임대료 제한 등 정부차원 대책 마련 시급"
아주경제 최수연·백현철 기자 =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상권이 인기를 끌기시작하면서 대규모 프렌차이즈 등의 자본이 유입돼 원주민인 영세상인들이 쫓겨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원주민들이 떠밀려 나가면서 해당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착 과정에서 물질·정신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등이 조례 개정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임대료 상승 제한 등 직접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관련기사 3면>
21일 서울연구원 정기간행물 '서울도시연구'에 실린 '상업공간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사업자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태원 경리단길 사례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문제로 △주택·인구 감소 △이전에 따른 심리적 비용 △부동산 가격 폭등 △저소득층의 상실감 확대 등이 지적됐다.
본 연구를 맡은 허자연 전 서울연구원 박사는 "경제적 유인에 의한 상권의 형성과 상권의 급격한 활성화는 투기자본의 유입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열된 상권은 거품을 형성해 신촌·이대, 압구정로데오의 상업지역과 유사하게 침체될 우려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쫓겨난 상인들의 사업생계수단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리단길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7년 전 쯤 권리금은 상가쪽에는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 했는데 5년 전부터 붐이 일면서 경리단길 입구 쪽은 1억에서 1억5000만원 정도한다"고 말했다. 수년새 권리금이 10배 정도 오른 것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홍대 앞과 성수동·이태원·서촌·북촌·신촌·삼청동 등 지역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기본으로 장기안심상가 조성, 임차상인 자산화 지원, 도시재생지역의 임차상인보호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특별시'를 선언했다. 중구청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이달 내놨고 용산구에서는 지난달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나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자정 결의 대회를 여는 등 지자체마다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남균 골목시장 생존법 저자(전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대표)는 "현행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은 실제적으로 영세상인들의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보증금 4억원 이하의 상가만이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 대상인데 서울 대부분 상가가 4억원 이상으로 권리금 수령 및 월세 상승률 제한에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상인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양희철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법적으로 임대료 상승률을 조절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며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지자체 조례도 법령 개정 없이는 협조 요청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인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