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태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대표 “힘센엔진은 수영복입은 미인대회 출전자”

2016-02-18 15:46

김주태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대표(부사장)[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여성을 기존 엔진이라고 한다면 수영복을 입은 미인대회 출전자를 현대중공업의 엔진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김주태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대표(부사장)이 엔진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3년째를 맞는다. 그는 현대중공업을 발전기와 선박엔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35%를 넘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직접 개발해 다음달 내에 누적 생산 1만대를 돌파할 예정인 ‘힘센(HIMSEN) 엔진’ 개발팀을 이끌었다. 김 부사장은 회사 사보에 게재한 인터뷰 기사에서 현대중공업 엔진을 이같이 소개했다.

“1995년부터 외국 기업과 기술협력을 통해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우리 기술로 엔진을 만들자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는 김 부사장은 “당시에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성공적으로 상용화된 엔진이 없는 상태였다. 일본, 독일, 미국과 같은 국가들이 엔진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점차 세계 각국에 전파됐다. 100년 이상 엔진을 만들어온 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이며, 검증된 실적을 가진 기존 타사 엔진과 어떻게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가격이나 성능으로는 이들 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민 끝에 현대중공업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인간친화성’이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의 엔진은 하이터치(Hi-Touch)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디자인이나 환경 보호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제조된 기존 엔진과는 달리, 최종 사용자들을 고려해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 공학을 전공한 김 부사장이 자연스레 엔진 제작 업무를 맡게 되었다. 힘센엔진을 개발을 위해 5년간 무수한 밤을 새워가며 열정을 불태웠다. “엔지니어는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라는, 간단한 이유가 고통의 시간을 넘길 수 있었던 비결이란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김 부사장은 부하 직원을 독려하는데 힘쓰고 있다. 가장 소중한 자산이 사람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기계사업본부 책임자로 부임한 이래 거의 매일 수십 명의 부하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으며, 생산직 직원들도 지원부서와 연결해 직원들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엔진을 만들지만, 대량 제작이 아니라 주문 제작 형식이다. 오더메이드 제품의 품질은 직원 한 분 한 분의 손끝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 직원들이 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부사장은 강조했다.

작업환경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김 부사장이 꼼꼼한 손길이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예전 엔진기계사업부 사무실 벽에는 각종 엔진 사진들이 걸려있었지만, 지금은 풍경 사진이나 한문 서예 작품 등이 걸려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김 부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한때는 중국에 대형 엔진을 연간 7000억 원 가량 팔았다. 당시 중국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 엔진 판매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면서 “전진할 것인지 안주할 것인지 깊게 고심한 끝에, 시장에서 승리할 유일한 방법은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 고객들을 고가 제품으로 공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강점에 대해 김 부사장은 집단지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기보다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일을 한다. 현재 우리의 잠재력은 성실함과 창의력으로 맡은 바를 충실히 다하고 있는 직원들 한 분 한 분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