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침체된 해외건설의 오아시스?..."아직은 신기루 불과"

2016-02-04 15:02
저유가, 대금결제 시스템, 유럽 업체들 공세 등 안팎으로 걸림돌 산적

이란 국기.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지난달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최근 저유가로 침체된 해외건설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란 기대가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 부족은 이란도 다른 중동국가들과 마찬가지 상황인데다 대금결제 방식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술력이 우위에 있는 유럽업체들은 물론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들이 발빠르게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란 건설시장 진출지원 간담회'에는 삼성물산·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플랜트산업협회 등이 참여해 성공적인 이란시장 진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원활한 금융조달과 이란이 다시 경제제재에 묶일 가능성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정부가 사업 수주의 전제 조건으로 투자 및 금융조달,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의 경우 아직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 기존의 원화 결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기획재정부 등은 최근 이란정부와 원화 결제 안정화 및 유로화 결제 시스템 도입을 논의했으나 결정적으로 미국 재무부의 허가란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의 국가신용등급도 아직 상향조정되지 않아 금융당국에서 신용여신 한도를 정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 너무 장밋빛 기대만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관이 협력하고 있지만 다시 경제제재 조치가 내려질 것에 대한 우려 등은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란 정부의 재정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란의 최근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10만배럴 수준으로 매장량에 비해 수출 금액은 아직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제제재 해제 전에도 내수차원에서 기반시설을 정비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이란은 자생적으로 발달한 철강·전력기업 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재정난으로 인해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란이 처한 대·내외적 여건과 함께 유럽국가나 중국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도 국내 업체들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대표적 전기전자 기업인 지멘스는 최근 이란의 철도 인프라 개발을 위한 주요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정부가 제시한 기술이전 조건을 충족하면서다. 프랑스의 알스톰도 이란정부와 철도본선 및 도심 대중교통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우리나라는 단순 토목이나 건축보다 플랜트(가스 등)에 우위가 있었던 만큼 여기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