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3 가중다수결'·직권상정 요건 위헌 여부 쟁점
2016-01-28 10:48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28일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하는 '국회 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의 최대 쟁점은 '재적 5분의3 이상 찬성'이라는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의 위헌 여부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 요건 규정이 불합리하고 모순적이라는 주장도 심리 대상이다. 형식은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권한쟁의 사건이지만 사실상 위헌소송 성격인 셈이다.
◇ '가중 다수결' 위헌인가
권한쟁의를 청구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을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국회법 85조의2 1항은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 걸린다. 최근 정치권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논의도 신속처리 제도를 손질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측은 5분의3이라는 요건이 헌법의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49조에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있다. 국회법에도 같은 내용의 의결정족수 규정이 있다.
'가중 다수결'은 헌법 개정이나 탄핵 등 예외적인 사안에만 적용해야하는데도 국회 선진화법이 사실상 모든 의안의 통과 요건으로 정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문구대로 법률에 가중 다수결을 규정했으므로 문제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다수의 횡포를 막고 토론과 설득을 통한 '질적 다수결'을 보장할 수 있다면 일반 정족수가 꼭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게 합헌론자의 입장이다.
◇ 직권상정 요건 규정도 심판대에
직권상정 요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법 85조1항은 ▲ 천재지변 ▲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한 경우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청구인들은 이 규정이 사실상 합의를 강요해 자유로운 토론과 질의를 전제로 하는 의회주의 원리와 다수결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면 직권상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있으나마나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소수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다수결보다 이상적인 의사결정 방식인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고 해서 이를 '강요'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언급한 '국가비상사태' 요건도 위헌 시비가 벌어졌다. 국가비상사태에서는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규정대로라면 반대로 국회에 의한 통제가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못하게 하는 데만 신경쓰다가 이상한 조항이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헌재 결정 언제, 어떻게 날까
국회의 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헌재가 어떻게 사건을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일단 새누리당과 국회의장 모두 되도록 19대 국회 임기 내에 결론을 내려달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4년 12월 북한인권법 등 11건과 올해 1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10건 법률안의 심사기간 지정 거부, 작년 1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신속처리 대상안건 표결 거부가 자신들의 표결ㆍ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청구했다.
여기에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가결선포 행위의 권한침해·무효 확인도 최근 추가했다.
가결선포 행위가 무효라고 결정하면 이론상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상태가 된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사회적 혼란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결정은 되도록 피해왔다.
2009년 10월 미디어법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권한침해는 인정하지만 무효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결정 전에 국회 선진화법이 개정되더라도 권한침해 여부는 원칙적으로 계속 심판대상이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청구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이 바뀌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거나 새누리당쪽이 심판청구를 취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