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융합형 인재를 얻는 방법

2016-01-26 15:00

[이규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임베디드SW PD]

급성장해오던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가 과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미국·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 롤모델이 있었고, 둘째 대규모 장치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자동차·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주력 산업의 선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산업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들은 이미 세계 정상권에 진입해 있어 더 이상 따라 할 롤모델이 없으며, 중국·인도 등의 나라들은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저가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본력까지 무장해 이제는 거의 턱밑까지 쫓아온 실정이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가 돼 버렸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샌드위치에 표현하는 것 자체가 과대포장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모방해 성장해 왔지만 원천기술력이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중국·인도 등의 나라와 같은 거대 시장과 자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빠른 스피드, 높은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을 근간으로 주력 산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산업 구조가 우리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선진국처럼 소프트웨어가 강한 나라는 시장 환경이 바뀌면 마음만 고쳐먹으면 된다. 대규모의 선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으로 쉽게 전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선진국을 따라하기는커녕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도 전세계를 누비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 과연 어떠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전장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자율 주행 자동차 붐은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화의 핵심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독일·일본의 자동차들은 제조원가 가운데 전장화 비율이 이미 50%를 넘어섰다. 2030년이 되면 자동차 원가의 80%가 전장 또는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벤츠, 아우디, BMW 등과 현대, 기아차의 가격 차이는 두 배에 이른다. 자동차 값의 차액이 소프트웨어에 기인했음을 따진다면 결국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이익을 좌우하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약한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영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속성상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영어권 나라와 우리나라의 격차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 언어적인 속성이 더욱 중요한 포털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차이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이 바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있다. 언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붙어있는 소프트웨어, 우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세계가 융합신산업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소프트웨어가 융합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융합은 두 개 이상의 분야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융합은 전문가와 전문가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고성능 제품 개발 또는 회사 이익과 같은 공동의 목표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협업이 중요하다. 협업이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마치 남녀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유지하는 것처럼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며 협업을 이뤄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융합형 인재란 모든 분야에 정통한 인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분야와 함께 일 하려는 의지가 있는 인재를 일컫는다. 다른 분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하며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라고해서 무턱대고 겁을 먹어서도 안 된다. 융합형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막상 경험해 보면 해볼만하다는 자신감과 열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