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발연, 어묵을 통해 보는 부산 이야기 '부산어묵사 발간'
2016-01-06 15:17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부산어묵 열풍이 대단하다. 최근 부산 어묵업체인 삼진어묵의 신입사원 채용경쟁률이 160대 1을 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역을 오가는 사람들 손에는 십중팔구 어묵봉투가 들려있다. 지난해 유명 백화점 내에 개점한 어묵매장에도 길게 늘어선 줄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어묵 열풍을 인문학적으로 차분히 짚어보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원장 강성철) 부산학연구센터는 시민 교양총서로『부산어묵사: 부산어묵이야기』를 펴냈다. 시민들 의 일상에 녹아있는 어묵이야기를 통해 부산 사람의 기질과 음식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음식에 대한 관심과 교양적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대표집필자인 박승제 한국유통과학연구소 소장은 “어묵과 오뎅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어묵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이고, 오뎅은 어묵, 무, 계란, 유부 등을 넣고 국물을 우려낸 일본식 요리를 말한다. 국내 타 지역에도, 외국에도 어묵이 있지만 부산어묵과는 맛이 다르다.
이 보고서는 부산어묵에 역사적 전통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은 부평동 시장의 동광식품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은 영도에 있다. 이들 업체들은 부산어묵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가공과정을 공개하고, 식품안전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 책은 전통과 자부심을 가진 부산어묵에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어묵매장과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어묵이 담고 있는 역사와 추억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필자들은 부산어묵이 가진 인문학적 가치에 주목했다.
부산어묵의 역사는 조선시대부터 시작된다. 조선시대 기록에 현재의 어묵과 유사한 음식이 소개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부산항에 이주한 일본인들을 통해 일본의 먹거리인 가마보코와 오뎅이 전해졌다.
해방을 전후해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오뎅을 볼 수 있다. 일본은 물러갔지만 우리의 식탁에는 오뎅이 남아 있었다. 일본의 가마보코와 다른 ‘우리식 어묵’은 해방 이후 나타났다.
초창기의 어묵은 고급음식이었던 가마보코를 당시 우리나라의 어려운 형편에 맞춰 저렴하게 만든 음식이었다. 어묵은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값싼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1960년대 산업화시기에 서민들의 주요 반찬거리였고,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저렴하게 배를 채워주는 먹거리였다. 어묵은 이처럼 우리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묵은 왜색 음식이라는 오명(汚名)과 위생문제로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학교 앞 대표적인 불량식품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신문기사를 통해 어묵과 관련한 이 같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1990년대 대기업들이 어묵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부산의 어묵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묵제조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필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부산업체들의 단합된 노력이 부산어묵 브랜드를 지키면서 명품향토 음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를 위해 어묵에 대한 시민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콘서트 등을 진행했다. 조사에서 부산 시민 62%가 부산어묵을 부산의 대표음식으로 생각했다. 72%가 부산어묵이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식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았다.
이 책은 어묵에 얽힌 여러 세대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어묵의 등장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부산어묵이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부산 사람의 혼이 깃든 부산의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종우 부산어묵탐사대 대장은 “부산어묵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콘텐츠와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부산어묵의 인기가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한 세대 이상을 이어 계속 인기를 끄는 트렌드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문화형성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보고서의 의미에 대해 김형균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어묵이라는 음식의 먹거리 보고서를 넘어, 식문화의 인류학적 보고서의 작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