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안 5일 제출 힘들듯…쟁점법안 처리도 무산 '적신호'

2016-01-03 18:06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내년 4·13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2+2 회동'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효'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여야 대립각이 커지면서 해를 넘긴 '쟁점법안' 처리도 요원한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2일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끝내 획정안 합의에 실패했다. 이로써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5일) 내 획정안 국회 제출은 사실상 무산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기다 정의화 의장안(案)인 현행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 유지에 대해 여야 모두 반대하고 직권상정에도 부정적인 데다, 여야 모두 선거구와 쟁점법안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교착 정국이 장기화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앞서 획정위는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관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8시간 넘게 논의를 거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참석위원 전원은 이날 정 의장안을 적용해 획정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분할 대상으로 수도권 선거구 최대 3곳을 선정하는 대목에서 의원들간 의견이 대립한 하면서 추후 회의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획정위는 “분구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권 선거구와 그에 따라 확보된 의석을 배분할 농어촌 지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위원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차기 위원회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사 획정위가 오는 5일까지 정 의장이 제시한 기준에 근거해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여야가 모두 정 의장안에 반대하고 있어 이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8일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쟁점 법안과 획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한 반면 야당은 이에 반발하면서 협상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의 연내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요구하면서 대치를 거듭하다, 결국 이들 가운데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이들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야 모두 '밀린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마저 희박해보인다는 점이다. 오는 14일부터 총선일까지는 의정보고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들은 본업인 법안 심사에 큰 열의가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주부터 여야 지도부간 공개는 물론 물밑 접촉도 거의 실종됐고, 이번 주 쟁점 법안의 소관 상임위도 전혀 예정돼 있지 않다.

여야가 막판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 타결을 할 수도 있지만, 더민주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사태에 이어 김한길 전 대표까지 3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지도부가 협상에 전념하기 어렵고, 새누리당 역시 공천룰 세팅 작업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노출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현재를 '경제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안 외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