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군 위안부 후속협의 착수…"박근혜 대통령·외교부 결단해야"

2015-11-05 08:00
양국 외교부 기존 국장급채널 활용…일본과 10차 국장급 협의 준비
"위안부 문제, 미흡한 해결이냐 계속 쟁점화냐 대통령이 결단 필요"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함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의 후속 논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 후속 협의는 기존부터 가동해오던 한일간 외교부 국장급 채널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제 10차 국장급 협의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선남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이 진행해온 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조기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협의 일정은 양국의 외교일정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일본 측과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국장급 채널 외에 상황에 따라 차관급 또는 한일 외교장관회담 채널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일 아베 신조(왼쪽)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함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의 후속 논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오른쪽은 리커창 중국 총리의 모습. [사진=신화통신]


일각에서는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양국 정상회담에도 배석했었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양국 국민이 완전히 납득하는 것은 어렵다. 그 와중에 협상을 진행해 일치점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1995년에 설립돼 2007년 해산한 아시아여성기금(1990년대 일본 민·관이 군위안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조성한 기금)의 남은 자금을 활용해 인도적 지원금 지급과 후속사업 차원의 인도적 지원하는 절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우리 정부나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이에 따른 보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소장은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아무리 해결책을 만지작거려봐야 약간의 금전을 준비하고 사죄의 말을 전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지켜본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리 없다. 우리 앞에 두개의 선택지 가운데 첫번째는 법적 책임이 없는 사례금 수준의 돈과 사죄 표현이 있는 7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두번째는 지금처럼 한일 관계를 투트랙으로 가는 것이다. 경제·안보 협력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교 현안으로 손 위에 올려놓고 일본에 압박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선택지를 택하면 위안부 문제가 마음속으로 해결이 안됐는데 일본과 협력이 얼마나 잘 될지는 미지수"라며 "외교문제는 역사만 있는게 아니다. 경제·안보 다 중요한데 미흡하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외교 쟁점에서 졸업 시키는게 맞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나 외교부에서 결단할 문제"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