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자위권 근거' 부정하는 판사 메모 발견...안보법안 통과에 영향 줄까

2015-09-16 15:03
여당, "안보법안 18일까지 통과 목표"...반대 여론 형성 등 반응 엇갈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의 집단자위권 관련 대법원 판례집에서 ‘자위권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판사의 메모가 발견돼 현재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보법안 통과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핑턴포스트재팬 등 현지 언론이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발견된 메모는 이른바 ‘스나가와 사건’의 판결에 관여한 대법원 판사 이리에 도시오가 기록한 것으로 당시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집 여백에 기재돼 있었다. 지난 1962년 8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나가와 사건은 1957년 7월 도쿄 조달청이 미군 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측량하는 과정에서,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대 일부가 출입 금지 경계 울타리를 넘어 미군 기지 안에 들어간 혐의로 미·일 간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형사 특별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일본 정부가 미군 주둔을 허용한 것이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됐었다.

판례집에서는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하는 것은 국가의 고유 기능 행사인 만큼 합법이지만, 일본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외국군대가 일본에 주둔하는 것은 전력 보유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이리에 전 판사는 판결이 언급한 '자위 조치'에 관해 "'자기방위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자위를 위해 필요한 무력·자위시설을 가져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메모했다. 일본 내 미군 주둔이 합헌인지 여부를 다루고 있는 이 사건에서 집단자위권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은 지금까지 '자위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이 판결 내용을 집단자위권 행사의 주요 근거로 삼았었다. 안보 법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이 메모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서 나온다.

일본이 유사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 등 안보관련 11개 법 제·개정안은 지난 7월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뒤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 중이다. 오는 27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가운데,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은 17일께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표결한 뒤 늦어도 18일에는 참의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다.
 
집단자위권 법안 등 안보법안은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점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1일자로 기존 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각의에서 결정한 뒤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집단 자위권은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다.

일본 전직 판사 75명은 이번 안보 법안이 헌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자위권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