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10년 '라오펑유' 인연

2015-09-01 23:56
박 대통령, 시 주석에 “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 두보의 시 인용…
한중 정상, FTA 전격 타결까지 협상 고비마다 신뢰 바탕으로 정치적 결단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첫 한중 정상회담 이전부터 ‘오랜 친구’로 불러왔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박 대통령과의 취임 축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老朋友, 오랜 친구)”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10년 라오펑의 인연을 쌓은 것은 지난 2005년 7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당 서기의 신분으로 방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부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야당 대표와 지방 당서기와의 만남은 결코 격이 맞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은 만남에 흔쾌히 응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단순한 면담대신 융숭한 오찬으로 일행을 극진히 대접했고 1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일정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2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라면 박스 2박스 분량의 새마을운동에 관한 자료를 전달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인 2세로서 힘든 세월을 보냈던 만큼 삶의 역정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이후 시 주석이 2010년 10월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후계로 사실상 확정되자 유력 대권주자 신분이던 박 대통령은 중국대사관을 통해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박 대통령도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 두 사람은 양국의 최고 국가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사진=청와대]



두 정상은 2013년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10월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14년 3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해 7월 시 주석 내외 국빈 방한, 11월 베이징 APEC 정상회의 등 불과 2년 반 동안 다섯 번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는 등 끈끈한 우정과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 주석은 2013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 기념표지석 설치를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아예 안중근기념관 설립으로 ‘통 크게’ 화답했다. 또 일정에 없던 ‘깜짝 오찬’을 박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지난 해 11월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던 데에는 양국 정상간 오랜 친분 관계와 정치적 ‘의기투합’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정상 차원의 소통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왔기 때문이다.

이때 박 대통령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두보(杜甫)의 시구인 ‘交情老更親(쟈오칭라오끙친)’을 인용하며 “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는 말처럼 시 주석님과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친밀감이 커지고 한·중 관계의 깊이도 더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까지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명실상부한 ‘정열경열(政熱經熱)’ 상태로 발전한 양국 관계 외에 시 주석과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2일부터 2박3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겠다는 분위기다.

우선 중국 측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박 대통령이 2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하기로 했다. 여러 나라 국가원수가 중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정상회담 순서를 기다리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기념행사와 열병식을 보는 톈안먼 망루 자리 역시 박 대통령 자리를 시 주석 바로 옆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을 계기로 한중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