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일자리 기여도 해마다 ‘뚝뚝’

2015-06-09 08:07
고용기여도 4년 새 30.6%p 급락…사실상 ‘제로’ 수준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국내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들의 일자리 기여도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사이에 고용기여도는 30.6%p 급락하며 일자리 창출능력이 사실상 ‘제로’ 수준에 근접했다.

9일 통계청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새로 생긴 일자리 100개 중 36개를 상장사가 창출했지만 지난해에는 100개 중 6개 상장사도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장사 1749곳(유가증권시장 727곳, 코스닥시장 1022곳)의 국내 부문 전체 종업원 수는 151만4029명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126만2943명, 코스닥시장 25만1086명이다.

지난해 상장사 종업원 수는 전년(148만3779명)보다 2.0%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4%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상장사들은 매출액, 영업이익 등 각종 조건을 채워 증시에 입성한 만큼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괜찮다. 이런 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낮아진 것은 질 좋은 일자리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상장사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2010년 11만4958명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후 2011년 8만5968명, 2012년 5만1487명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3년에는 5만371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지난해 3만250명으로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엔 연간 취업자 수가 53만3000명 늘어 1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지만 이 가운데 상장사가 고용한 취업자는 5.7%에 그쳤다. 특히 고용 규모가 큰 대기업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종업원 수 상위 20위 상장사 직원은 지난해 총 55만388명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증가율이 2013년 5.5%에서 대폭 줄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투자에 기반해 일자리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소비가 줄어들자 상장사들도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내수가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일자리가 지난해 53만개 이상 늘어난 것은 정부 정책적 노력으로 시간제 일자리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기업투자로 늘어난 고용이 아니어서 일자리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