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와 경제는 분리' 한중일 서울서 실익챙기기 외교전

2015-06-02 08:00
'일본은 관계개선, 중국은 경제 협력' 박근혜대통령, 윤병세 외교 만나 자국이해 설명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동북아 외교전이 각국의 외교·안보 상황과는 별개로 경제 현안에 발빠르게 대처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1일 서울을 무대로 한국·중국·일본의 전현직 정·관·재계 인사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일본은 자국의 원로들을 대거 급파해 '한일 현인(賢人)회의'를 진행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중국도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을 계기로 거물급 인사를 보내 박근혜 대통령부터 외교·산업쪽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관계를 두껍게 하는 모습이었다.

◆ 한일 관계 개선 몸달은 일본 "정치인, 고집 좀…"

이날 오전에는 한일 양국이 먼저 만났다. 한국 측에서는 이홍구 전 총리를 비롯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승윤 전 부총리,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 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동북아 외교전이 각국의 외교·안보 상황과는 별개로 경제 현안에 발빠르게 대처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일본 측에서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 모기 유자부로(茂木友三郞) 일한포럼 회장,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모리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식회의에서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매우 힘있는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지난 50년간 양국의 정치와 관련해 오신 분들이나 경제 관계자 분들의 고견을 들어 하루빨리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리 전 총리는 "새로운 세대 간에 이미 많은 교류가 있다"면서 "다만 정치가들이, 정치인들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저희가 인식하고, 양국의 정치 관계자들뿐 아니라 양국 정상이 이 부분에 대해 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이홍구 전 총리는 "우리(한일)가 서로 신뢰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믿음을 갖고 얘기를 나누면 좋은 결과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 두 나라가 지구촌 공동체는 물론 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데 함께 협력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 대통령부터 외교부 장관까지 만난 중국…한중FTA 효과 '톡톡'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경제분야에 있어서는 최상의 관계라는 양국의 분위기는 관계 회복이 더딘 한일보다 외견상 앞서 나가는 분위기다. 

한중 FTA협정문 정식 서명식을 위해 이날 방한한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도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협정문에 서명한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까지 잇달아 예방하면서 한중FTA 체결로 한껏 고조된 양국 분위기를 십분 활용했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중FTA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부장이 서명 직후 발언하는 모습.[남궁진웅 timeid@]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은 '글로벌 3대 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정부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송성기 한일재단 센터장은 "'한일관계 50주년인 올해 갈등을 말끔히 개선 할 수 있도록 양국이 정상이 만날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현인들이 만들자'는 분위기 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전문가는 "한일 관계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를 따로 가져가는 분위기가 정착되는것 같다"면서도 "중국도 일본과는 과거사가 안풀리지만 같은 맥락에서 경제 문제를 가져가는데 한중일이 정치적 유대 없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