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사는 증시에 개미 올라탈까

2015-03-24 17:15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이면서 개인 투자자 움직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시가 펀드 환매로 매물을 쏟아내는 기관, 이를 받아주는 외국인 간 공방으로 등락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개인이 시장참여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24일 코스피는 나란히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개인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0.23%(4.78포인트) 상승한 2041.37을 기록했다. 2040선을 되찾은 것은 2014년 9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날도 기관은 약 82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외국인·개인은 각각 630억원, 400억원어치를 샀다. 코스닥도 외국인 매수세로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641.87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78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2월부터 보면 순매수액이 4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뿐 아니라 개인 매도세가 뚜렷하게 줄었다. 2월에만 약 1조7800억원어치를 팔았던 개인은 이달 들어 순매도액이 2800억원 남짓에 머물고 있다. 이달 총 거래일인 17일 가운데 개인이 순매수한 날도 절반 이상인 9일에 이른다.

현재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계 자금 가운데 중심은 유럽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식 양적완화 계획을 내놓은 이후 이런 추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달러화를 뺀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인 가운데 캐리트레이드 성향을 가진 자금도 우리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로화를 비롯한 주요국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금유입이 늘고 있고, ECB 유동성 효과도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해외투자를 늘리고, 중국이 금융개혁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영향은 우려하는 것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주요국 역시 부양카드를 꺼내고 있어 캐리트레이드에 의한 매수세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미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도 다른 주요국이 완화정책을 편다면 크게 불리할 게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 개인 투자자도 사상 최저로 떨어진 금리 때문에 주식 매수를 늘릴 공산이 크다. 기준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면서 배당수익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을 보면 매매패턴이 산발적이어서 흐름을 예견하기 어렵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1월 기준 800조원을 넘었다"며 "저금리로 갈 곳 없는 돈이 표류하는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예금보다 올라가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식형펀드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기관은 당분간 매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증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 상당수가 중국이나 인도처럼 전망이 더 나은 나라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을 보면 새로 돈이 안 들어오는 반면 기존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환매 클라이막스는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