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압박에 기업소득 환류세제 효과 뚝…정부 ‘자충수’

2015-03-17 07:47
시행 2주차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당근책에도 요지부동
고용·투자 등 증대요소 부족…단기간 효과내기 어려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 6일부터 시행 중인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의 무관심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대부분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지만 체감하는 분위기는 더 싸늘하다.

이같은 시장의 반응은 정부가 재계를 대상으로 임금인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금인상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불협화음이 투자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가 임금인상과 맞물려 더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환류세제를 도입했지만 임금인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오히려 환류세제가 ‘자충수’가 된 모양새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정부가 자기 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당기소득 80%중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배당금 지급을 높여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인 셈이다. 오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행으로 기업 배당금 지급 증가가 예상되는 등 기업행동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워싱턴 IMF 연차총회에서 배당촉진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강조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 주식이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 전체 국부가 늘어나는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지배구조가 건전해진다”며 “지금은 전부 차액거래로만 하는데 이게 아니라 배당 많이 해줘서 수익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인상, 고용확대, 투자증대 등 비우호적 대내외 환경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배당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출발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단기간 내에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방향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특히 기업은 임금경직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임금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해외투자기관인 스탠다드 차타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행으로 배당이 증가할 전망이지만 투자증대와 임금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 내 개인투자자 비중이 20%를 밑돌아 기업 배당금 지급 확대가 가계소득 증대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