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금융 불안 재연 가능성... 채무탕감 가능할까

2015-01-27 15:29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신임 총리 [사진=신화사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 금융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해 새 정부가 출범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신임 총리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취임하자마자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조건 협상을 이끌 부총리와 재무장관을 내정하는 등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 조건 협상에 들어가도 최대 채권국 독일은 긴축재정을 동반하지 않는 금융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난항이 예상된다. 향후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우려가 고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26일 외환시장에선 유로화가 거의 대부분의 통화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달러대비 유로당 1.1달러로 거래되면서 2003년 9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격한 유로화 하락은 한국기업의 수출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 26일 유럽증시는 그리스 총선 결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상승마감 됐으나, 그리스 증시는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ASE지수는 전날 대비 3.2% 하락했다. 특히 그리스 국립은행, 알파뱅크 등 금융사 주가가 11% 넘게 하락했다.

치프라스 신임 총리는 선거 승리 후 아테네 시내에서 연설해 “괴멸적인 긴축재정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해 트로이카의 요청으로 계속해 온 긴축재정의 전면적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리스 금융위기는 2009년 정권교대를 계기로 재정적자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발단이 됐다. 유럽 단일 화폐 유로를 채택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은 그리스 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신용하락과 직결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EU와 ECB, IMF가 협력해 그리스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구제금융은 2010년과 2012년에 걸쳐 총 2400억 유로(약 300조원)가 투입됐다. 단 금융지원의 조건으로 연금개혁, 증세를 포함한 세입개혁, 국유자산 매각 등 긴축재정 조건을 달았다. 이제까지 그리스 정부는 긴축재정이라는 EU의 방침에 반발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수용해 이행해왔다.

26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유로존 회원자격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 새 정부가 국제 채권단과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인들은 선거가 있었다고 해서 하룻밤 사이에 높은 실업률 등 그리스 경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유로존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26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을 때 언급한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 금융지원에 대해 “채무탕감은 없다”고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또 유로존 경제관료는 그리스는 구제금융에 따른 금리인하 등의 효과로 이미 연간 87억 유로(약 10조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존은 그리스 새 정부가 긴축재정 노선을 유지할 경우 소폭적인 재검토는 용인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채무탕감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스의 ECB에 대한 채무상환 기한이 올해 여름으로 다가오면서 협상 기한은 6~7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