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한 지점에서 근무…신애숙·차수현 한화생명 설계사의 영업 이야기
2014-12-29 14:43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같은 직장, 그것도 같은 사무실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근무한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한화생명 노원지점의 신애숙(59세) 매니저와 차수현(32세) 재무설계사(FP)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편이 갑작스런 간경화로 사망하면서 잘못된 보증으로 빚과 세 아이만 남게 됐다. 꽤 많은 보험에 가입했었지만 사망보험금은 고작 500만원이었다. 대부분 저축성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식당일을 하던 신애숙 매니저는 2000년 지인의 권유로 FP에 입문했다.
신애숙 매니저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에 매달렸다. 허리가 아파서,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에도 매일 출근해서 고객들의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다시 입원했다. 주말에도 거의 쉰 적이 없다. 집 근처에서 활동하다가 화장실에 가야할 때도 절대 집에는 가지 않았다. 집에 가면 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신애숙 매니저는 남편이 남겨놓은 빚도 모두 갚았고, 세 자녀들의 대학교육까지 마쳤다. 요즘 한가지 더 욕심이 생겼다. 바로 그동안 함께했던 고마운 고객들을 딸이 맡아서 관리해 주는 것이다. FP의 일을 가업 승계하고 싶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08년 10월부터 둘째 딸인 차수현 FP와 같이 일하고 있다.
차수현 FP도 처음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엄마를 보며 힘들다는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실적을 내도 엄마가 도와줬을 거라는 오해의 시선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같이 고객을 만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나이가 많으신 고객을 만날 때 차수현 FP는 엄마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반대로 젊은 고객을 만날 때는 신애숙 매니저가 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신애숙 매니저는 친한 고객들을 만날 때 일부러 딸과 동행하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내가 기운 빠지면 우리 딸이 책임지고 고객님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어, "딸에게 배워서 내 나이에 비해 전자청약이나 컴퓨터도 잘 다루고,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딸이 올바르게 보험영업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엄하게 대해서, 솔직히 서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수현 FP도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과 말들에 상처받기도 했지만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지 하며 지금은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며 "엄마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지만, 벌써부터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다. 내 나름의 방식과 노력으로 고객에게, 엄마에게 당당한 FP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