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년만에 ‘뚝’…신재생 에너지 산업 ‘비상’
2014-12-01 16:21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최근 두바이유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국내 휘발유값 역시 떨어지고 있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9.09달러를 기록하면서 2010년 5월 이후 5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도 전날보다 10% 이상 급락한 배럴당 66.15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산의 대표 유종인 두바이유가 국내 수입 원유의 약 8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내 휘발유 값 또한 ℓ당 1700원대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경북 등에서 나타난 1500원대 휘발유도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수직낙하하는 국제유가의 여파로 국내유가가 떨어지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단가나 연구·개발비가 비싸지만, 원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경제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는 태양광발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목적에서 추진됐다는 점에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취약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가가 떨어질 경우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를 뜻하는 ‘그리드패리티’의 기준점이 되는 것도 결국 석유이기 때문에 유가 약세는 태양광발전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유가 상승을 기본 전제로 이뤄졌다는 점이 관련 업계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지금처럼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정부와 기업 모두 수익성에 입각해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난 2011년 530억 달러에서 지난해 360억 달러로 줄고 있다.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투자국인 중국도 최근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감소하는 추세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중국까지 셰일가스 상업생산에 성공하면, 우리도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최근 공급과잉으로 실적 부진의 몸살을 겪고 있는 태양광 기업들이 유가 하락이라는 거대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대부분은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적정성과 영향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어 유가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 따른 태양광 수요가 반감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됐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업계 내부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문제가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