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내년 100엔당 원화 환율 800원대까지 하락”
2014-12-01 13:30
국가 간 차별화된 통화 정책, 달러 강세 고착화 불러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근 수퍼 달러 양상은 구조적 현상이며, 미국과 일본·유로 등 국가 간 상이한 통화정책 방향이 수퍼 달러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내년 100엔당 원화 환율은 80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1일 오후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과 아시아금융학회 공동 주최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슈퍼달러 초엔저 시대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향’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달러강세현상이 1차(1978~1985년)・2차(1995~2001년) 달러 강세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구조적 달러 강세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대표적 요인으로는 △미국과 비미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중국의 리커노믹스의 영향 등을 들었다.
박 실장은 유로와 일본의 통화정책과 미국 통화정책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과 유로존은 경기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높이고 엔화·유로화 약세에 압력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성장보다 부채 축소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데,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위안화 약세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실장은 엔화 약세 추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추가적인 약세가 예상된다”며, “엔·달러 환율이 120엔을 넘을 경우 오버슈팅현상으로 인한 가파른 상승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버슈팅현상’이란 정부가 통화를 팽창시키면 통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데, 처음에 균형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점차 통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해 새로운 균형수준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어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경제는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추락하느냐 반등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원·엔 환율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 절상 추이에 대해 그는 “2012년 6월 이후 이미 61%나 절상된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어, 내년에는 100엔 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원·엔 환율이 내년도 성장률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 결과, 성장률은 3.5~3.7% 물가상승률은 1.4~1.8%로 올해와 같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오 초빙 연구위원은 수퍼 달러 초엔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 방안으로 전향적인 금리 환율 정책 조합을 제안했다. 2012년 중반 이후 원화가치가 절상되면서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2002년~2011년 평균 15% → 2012년 이후 2%대 하락) 신 글로벌 통화전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적정 수준의 금리 환율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내년 하반기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신흥시장국의 금융 불안에 따른 외화유출을 대비해야 하므로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비상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 초빙 연구위원은 기업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 환위험 관리강화 지도 지원 △환변동보험 지원, △수출금융지원, △한계 수출기업의 인수합병 구조조정 지원 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 종료와 금리인상,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정책, 중국의 금리인하 등 글로벌 통화전쟁의 막이 올랐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