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에도 거래시장 한산… 수요자 분양시장에 다 모였네

2014-11-30 10:40
미래가치 주목… 분양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도 마감·완판
실수요자 전셋값 상승에 주거의 질 좋은 새집 선호 영향

'경희궁 자이' 모델하우스.[사진=GS건설 제공]

'창원 더샵 센트럴시티' 모델하우스.[사진=포스코건설 제공]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전셋값이 상승에도 기존 아파트 거래는 한산한 반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분양 시장엔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에도 순위내 청약마감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거래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주거의 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새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3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27일 1~3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경희궁 자이’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046가구 모집에 3754명이 접수해 3.59대 1의 경쟁률로 순위내 마감됐다. 3블록 전용 116㎡C형은 2가구 청약에 80명이 접수해 최고 경쟁률 40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 돈의문1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280만원이다. 종로구 시세인 1956만원(한국감정원 11월 기준)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e편한세상 오포 3차’의 경우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27일 1순위 청약접수에서 마감에 성공했다. 이 아파트 전용 59㎡ 분양가는 3억원, 80㎡가 4억원 선이다. 감정원 시세 기준 같은 오포읍 내 아파트보다 많게는 1억원 가량 비싼 수준이다.

이들 단지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주변에 비교할만한 단지가 사실상 없어 같은 생활권 경쟁 단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게 건설사측 설명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e편한세상 오포3차 주변은 기존에 공급한 1·2차를 제외하고 대부분 빌라나 노후한 아파트 밖에 없어 주변 시세보다는 비쌀 수밖에 없다”며 “분당선 서현역이 차로 15분 거리인 분당생활권으로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전셋값 수준에 불과해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특히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치와 주거여건을 보는 수요자의 접근이 많았던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GS건설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상담 비율을 볼 때 강남권이나 분당 등 당해 지역이 아닌 곳 거주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수요층이 넓었다”며 “경희궁 앞에 커뮤니티시설 등을 갖춘 대단지라는 이점이 있어 가격 저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5일 평균 경쟁률 70.6대 1로 1순위 당해 지역에서 마감된 경남 창원시 ‘창원 더샵 센트럴파크’는 최근 3일만에 계약을 100% 완료했다. 이 단지 역시 올 들어 통합창원시 일대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

포스코건설 분양 관계자는 “인근에 노후 아파트가 많아 비교 대상이 없었고 최근 분양한 단지도 외곽 택지지구에 위치한 것”이라며 “도심에 오랜만에 공급된 아파트로 최근에는 프리미엄이 2000만~4000만원까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연일 상한가를 치는 분양시장과 달리 매매시장 분위기는 스산하다. 주요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처리가 지연되면서 대책의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추이를 보면 10월 첫째주만 해도 전주 대비 0.12% 올랐던 것이 11월 넷째주 0.06%로 꾸준히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은 최근 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노후화가 진행되는 기존 아파트보다 더 나은 브랜드와 상품을 갖춘 새 아파트에 수요자 관심이 더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리서치팀장은 “기존 아파트는 감가상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새 아파트는 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고 해도 해당 지역이 아닌 높은 전셋값에 이동할 곳을 찾는 세입자가 구미에만 맞으면 분양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무리하게 분양을 받게 되면 향후 시장 침체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은상 팀장은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분양가 아파트 계약 시 향후 시세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