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있으면 혁신처에 뽑을 것"

2014-11-27 18:54

[사진=아주경제]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이근면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도시락 오찬 간담회에서 바둑 얘기로 운을 뗀 뒤,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를 언급하며 "그런 '장그래'가 있으면 인사혁신처에 뽑겠다"고 했다.

이 처장은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 "여러분들이 이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서 '미생'하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 좀 시켜서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며 바둑 용어를 쓴 것이 화제가 되면서 "바둑은 얼마나 두시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으로 간담회가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바둑 실력을 "강한 4급 정도"라고 소개한 이 처장은 기자들에게 "무엇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신을 잘 도와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바둑 용어를 활용했다.

이 처장은 "여러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아이디어를 쪽지로 건네줄 수 있고, 그런 쪽지가 모이면 반 발짝은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반 발짝만 나아가게 도와주면 제가 소임을 다하는 길이며 그게 완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어떻게 '만방(萬放·바둑에서 91집 이상 혹은 크게 이기는 것)'으로 이기겠나. 두 집만 내면 된다"며 "(바둑에서는) 아주 작은 두 집만 갖고도 완생이 가능하다.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지 넓은 땅을 갖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취임 전까지 아주대 경영학부에서 강의를 해온 이 처장은 "출석을 다해 전 강의를 다 들으면 일단 기본점수를 줬다"며 학점 평가 기준을 설명하면서 근무 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근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직사회에서 국민에 대한 성실도는 굉장히 높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신 공무원도 공무원의 가족이 존재하고 그 가족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지 않겠나"라며 직원들의 휴가를 보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40년 가까이 삼성에서 인사전문가로 근무해온 이 처장은 처장 취임 후 공직사회의 관행 한 가지를 바꾼 일화도 소개했다. 바로 두꺼운 검은색 결재판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얇고 투명한 비닐 파일로 대체했다는 것.

이 처장은 "삼성에서도 1992년에 그것을 썼는데 전 계열사에서 쓰지 않게 되는 데 20년이 걸렸다. 근데 여기 와서 보니 그걸 쓰고 있더라"라며 "변화는 작은 데서 시작한다. 큰 욕심 없이 이런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