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중국을 보다] 한류스타 눈독들이는 중국

2014-11-05 08:00

한경, 크리스, 루한[사진=바이두, 아주경제DB]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우리나라 스타를 향한 대륙의 관심이 높은 건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묵은 이야기다. 이정현을 시작으로 장나라, 장서희 등이 중국에 건너가 한국 여배우의 매력을 알렸고, 박해진, 김수현, 이민호 등은 중국 여심을 사로잡으며 최고 한류 배우가 됐다. 인기는 물론이고 몸값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이 문제다. 한국 스타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한국 스타에 대한 섭외 필요성은 느끼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한국 스타들이 제시하는 몸값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사들이기'다. 소위 잘 나가는 한국 스타를 영입해 직접 출연시키는 것. 한국 스타를 섭외하는 것보다 영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적가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스타를 사들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09년부터다. 한경이 개인 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SM과 활동 방식이 맞지 않는다며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가처분 신청을 제기, 슈퍼주니어를 탈퇴했다. 사건 이후 자신의 고향인 중국으로 건너가 영화 '대무생' 등에 출연하며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경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첫 외국인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당시 법률이 완벽하지 못했고 방송 출연도, 광고도 나만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떤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숙소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며 "회사가 의심하지 않도록 통화도 매일 하면서 몰래 내 자료를 한국 법률사무소에 가져다주며 소송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SM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한경을 중국에 뺏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며 주가 상승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탈퇴에 어리둥절했기 때문.

한경에게 받은 상처가 크리스에 의해 더 깊이 패였다. 그룹 엑소 크리스가 지난 5월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23일 중국 쉬징레이 감독의 영화 '유일개지방지유아문지도'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또 7월에는 중국 영화 '소시대3' 엔딩곡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크리스에 이어 루한도 지난 10일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각종 온라인과 SNS를 통해 루한의 중국 근황이 소개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경과 크리스, 루한이 모두 같은 법무법인을 통해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SM엔터테인먼트는 배후 세력 존재를 의심했다. 소속사는 "크리스 건과 같이 소를 제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동일한 법무법인을 통해 동일한 방법으로 패턴화된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그룹 활동을 통해 스타로서의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그룹으로서의 활동이나 소속사를 포함한 모든 관련 계약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개인의 이득을 우선시하여 제기된 소송으로 판단된다"며 "주변의 배후 세력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연예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입장 일부에 동의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스타를 눈독들이고 있는 중국 연예 관계자가 많다는 것. 중국에서의 더 폭넓은 연예 활동을 보장하는 대가로 현 소속사의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러는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의 몇 배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중국 엔터 시장이 넓어지고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활동을 한 친구를 영입하는 게 그들에게는 가장 좋을 것이다. 한경과 크리스, 루한 모두 중국인인 데다 우리나라에서 2년~3년 가량 활동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배우 본인도 한국보다 고향인 중국에서 활동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