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생존권 보장하라” 반발, 중개보수료 인하 공청회 무산
2014-10-23 17:02
중개수수료율 인하 놓고 논쟁 가열… 정부 “이달말 방안 마련”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국토연구원에서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청회에 모여든 공인중개사들의 저지로 시작 1시간여 만에 개최가 무산됐다.
당초 이날 공청회를 통해 국토부는 국토연에 의뢰한 중개수수료의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국토연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행 중개보수요율 체계는 매매와 임대 간 요율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중개서비스에 비해 누진적 요율을 부담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택가격의 지속 상승으로 고가주택 비중이 증가했고 주택으로 쓰이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요율이 높은 것도 개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국토연은 정부안을 포함한 3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안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요율을 낮추는 역진요율제다. 5000만원 미만은 매매 0.6% 이하(한도 25만원)·전세 0.5% 이하(한도 20만원), 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은 매매 0.5% 이하(한도 80만원)·전세 0.4% 이하(한도 30만원), 2억원 이상 매매는 0.4% 이하, 1억원 이상 전세는 0.3% 이하로 하는 것이다. 둘째는 매매는 0.5% 이하, 전세 0.4% 이하로 모든 구간을 단일화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제시한 고가 구간 조정안은 매매의 경우 6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현행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전세는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공청회가 열린 국토연 주변은 시작 전부터 공청회장 입구와 건물 앞에서 ‘근거 없는 요율인하 결사 반대’ 등이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른 500여명의 공인중개사들이 반대 집회를 벌였다. 이후 발표가 시작되려 하자 이들은 강단으로 난입했고 발표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50대 여성 공인중개사는 “협회나 어디에서 오라고 한 것이 아니고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공청회장을 점거한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공인중개업계 현황을 알리고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 집회 중간중간 공인중개사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 “수수료 인하 반대한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수수료를 인상하라” 등의 문구를 외쳤다.
중개보수개선추진단 위원장인 장준순 협회 부회장은 “국토부는 협회가 공청회를 열며 참석을 요청했지만 얼굴도 비치지 않았고 국토연 공청회 시작 전날인 22일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토론자인 본인에게 연구자료를 줬다”며 국토부의 단절된 소통을 문제 삼았다.
그는 또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 근린생활시설 등 중개수수료 구분 기준 같은 문제가 산적했지만 이는 무시하고 급조한 보고서로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데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청회는 파장 상태가 계속되다가 오후 3시께 ‘공청회가 무산됐다’는 국토연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고 나서야 공인중개사들이 퇴장하며 상황이 정리됐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 무산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며 참여한 패널 및 방청객들의 의견은 서면으로 받기로 했다”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수렴하고 이달말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