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담합여부 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보험사들이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법정 다툼을 앞둔 상황에서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도 모자라 공정위의 담합 조사까지 잇따르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12개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를 논의하기 위해 수차례 모임을 가진 것을 두고 담합 의혹이 일자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생보사는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이른바 '빅3'를 비롯해 신한·동부·동양·농협·알리안츠·ING·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 등 총 12곳이다. 이중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 생명 두 곳은 여론이 악화되자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와 달리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10개 생보사는 지급을 거부하고 각 사별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만약 생보사들이 알려진대로 수차례 모임을 통해 2179억원에 달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고객 혜택 축소를 논의했다면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담합 여부 조사에 착수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의혹 조사 결과)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를 경우 해명 자료를 내겠지만 이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생보업계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담합 과정을 걸친 결과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와 생보사들의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다”며 “의사결정을 통해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만 봐도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12개 생명보험사들은 재해사망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관에 명시하고도 보험금이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오고 있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를 상대로 제기된 민원 39건(25억3900만원)에 대해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