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 마지막회, 복수도 미움도 결국 사랑이었다

2014-10-13 10:30

‘왔다 장보리’ 마지막회/‘왔다 장보리’ 마지막회/‘왔다 장보리’ 마지막회[사진=MBC ‘왔다 장보리’ 마지막회방송 캡처]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막장도 급이 있다? 비논리적인 상황과 극단적인 사건 전개에 코웃음을 치게 하는 막장드라마는 논란과 비례하는 인기를 동시에 안고 간다. 눈 아래 점하면 떠오르는 ‘아내의 유혹’ 구은재(장서희)가 대표적인 막장드라마 속 캐릭터다.

2014년, 대세 대열에 합류할 막장드라마 속 강렬한 인물이 등장했다. ‘아내의 유혹’을 자필한 김순옥 작가의 또 다른 신작이다. 입꼬리를 내리는 특유의 표정, 이를 악물고 소리 지르는 MBC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의 연민정(이유리)은 주인공 장보리(오연서)보다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사랑을 받았다.

‘왔다 장보리’는 김순옥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로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부터 ‘막장 논란’ 화살을 맞아야 했다. 당시 배우들과 제작진들은 “막장 요소가 있지만 중심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시작 전부터 갸우뚱하는 우려와 달리 그러타 할 화제작이 없었던 MBC에게 30% 이상의 시청률을 안겨준 효자 드라마가 됐다.

극에서는 인화(김혜옥)의 양녀인 연민정, 그리고 20년 만에 인화의 친딸임이 밝혀진 장보리의 관계가 주된 갈등으로 등장한다.

친딸로 인정받고 싶어 친엄마 도혜옥(황영희)에게 냉정히 대하는 연민정은 장보리 때문에 인화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휩싸이며 악랄하게 변한다. 특히 연민정은 과거 연인 문지상(성혁) 사이에서 낳은 딸 장비단(김지영)을 보리에게 맞기고 재벌 2세 한재희(오창석)와 결혼한다. 패륜을 일삼고도 자신을 피해자라고 악쓰는 연민정의 악행은 분노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드라마에 빠져들게 한다.

또 다른 갈등은 장보리의 큰 엄마이자 인화의 형님 옥수(양미경) 남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사는 옥수, 큰 아들을 잃은 어머니 박수미(김용림), 그리고 그 사실을 은폐하는 인화는 비술채 안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사실을 은폐할수록 사랑하는 딸 장보리와 멀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인화는 친선자를 뽑는 자리에서 사실을 토하고 용서를 빈다. “잃어버린 내 친딸을 찾기 위해서라면 씻을 수 없는 죄도 받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찾고 보니 비술채에서 떠나기 싫었다. 한시라도 딸과 함께 있고 싶은 욕심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을 토하고 용서를 빌었으나 인화는 평생을 몸담았던 비술채에 쫓겨나는 형벌을 받았다.

연민정의 말로는 더욱 비참했다. 연민정은 살인미수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마지막으로 재희를 보고자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갔으나 완전히 버림받게 됐다. 결국 연민정은 옥 생활을 하며 죗값을 받았다.

두 사람이 보여준 마지막 행동은 비술채의 주인이 위함도 아니었고, 제벌 2세의 며느리로 살고 싶어서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사랑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준 상처를 면죄할 수 없기에 철저한 대가를 치렀다.

‘왔다 장보리’ 속 모든 관계에는 사랑이 존재했다. 장보리가 연민정 딸 비단이를 친딸로 생각하며 무한한 애정을 주고, 딸까지 딸린 장보리를 이유 없이 사랑하는 이재화(김지훈), 연민정의 딸임을 알면서도 비단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할아버지 동후(한진희)를 통해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막장도 급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리드미컬한 전개, 그리고 확실한 테마가 있다면 극악무도한 캐릭터나 친자관계 등의 뻔한 막장 요소도 흥미를 줄 수 있다. 재미있는 막장과 지루한 막장의 차이는 결국 완성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