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 "사퇴 포함 모든 것, 이사회에 맡기겠다"
2014-09-01 17:21
"주전산기 문제제기, 조직 기강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임영록 KB금융 회장 개입, 금감원 제재심에서 대두"
"임영록 KB금융 회장 개입, 금감원 제재심에서 대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장으로서 그동안 (주전산기 관련)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에 대해 규명된 만큼 이제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사외이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건호 행장은 또 "그동안 국민은행 수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매끄럽지 못하고 잡음이 생긴 것에 대해 사외이사들에게 사죄하고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는 의미"라며 "(이사회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 게 맞다. 자리에 연연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검찰 고발과정에서 고발장 초안에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개입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었다"며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삭제하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이같은 내용이 금감원 제재심 소명 과정에서 대두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행장이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당초 임 회장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에 부당 개입한 내용을 포함했다가 삭제했으며, 앞서 진행된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부당 개입에 대해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조작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조직 기강에 있어 엄청난 문제이고, 대충 넘어갈 경우 존립이 위태해지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돌릴 수 있겠나"라며 "조직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홍을 세월호 사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출항을 막았다면 잘못된 행동인가"라며 "내부 감사보고서를 보는 순간 은행장의 직을 걸고 밝히고 넘어가지 않으면 누구도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KB금융 및 국민은행 내홍은 이 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는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보고서 허위기재 및 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은행 이사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자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사외이사 간 결론 도출을 위한 논의가 지속됐자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제재심 결정 시까지 주전산기 교체 관련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 이후 금감원이 제재심을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경징계를 내리고 일부 KB금융 및 국민은행 임원에 대해 중징계 처분하자 이 행장은 즉각 이들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