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코 잃은 중국인, 한국서 재건

2014-09-01 11:21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교수(오른쪽)와 코 재건 수술을 받은 중국인 왕씨[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암 수술로 코 전체를 잃은 중국인이 한국 의료진을 찾아 코 재건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종우 성형외과 교수가 암 수술로 코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코 형태를 모두 잃은 중국인 왕 모씨(57)의 외형과 기능을 모두 살린 코 재건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왕씨의 코 재건 수술은 왼쪽 팔목 안쪽 부위의 피부와 혈관 조직 등을 모두 이식해 코 안쪽을 재건하는 ‘유리피판술’과 갈비뼈 연골을 이용해 코의 기둥을 만든 후, 이마 피부를 늘려 코의 겉면 모양을 만드는 ‘이마피판술’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 수술을 통해 왕씨는 코 안쪽 점막과 코털 등이 형성되어 면역기능과 먼지 제거 기능 등을 회복했다.

또 얼굴과 가장 비슷한 색깔과 재질을 가지고 있는 이마 피부를 이용해 코 겉면을 재건함으로써 코 전체 모양을 잘 살릴 수 있었으며 특히 전체적인 코 모양을 만들기 위해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한 정밀한 디자인 과정을 거침으로써 재건 수술의 개념을 넘어 미용적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봤다.

왕씨가 코를 잃은 건 2012년 8월이었다. 오른쪽 폐에 암을 진단 받았고 이미 폐암은 코로 전이 돼 중국의 병원에서 오른쪽 폐 절제술과 코 전체 절제술을 함께 받았다.

수술 후 왕씨는 코의 형체를 완전히 잃어 특수 제작된 플라스틱 코를 항상 끼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코를 새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병원들을 수소문 했지만, 중국에서는 왕씨의 코를 완벽하게 재건하기가 어려웠고 결심 끝에 왕씨는 지난해 7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를 찾은 왕씨는 최종우 교수로부터 재건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이마의 피부를 늘려 코를 만들 수 있는 피부를 확보했고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해서 전체적인 코의 모양을 디자인했다.

이마 피부가 충분히 늘어난 후 다시 2차 수술에 들어가 이마에 늘어난 피부로 코 겉면을 만들고 조직은행에서 가져온 연골을 이용해 콧대를 만들었으며, 코 안쪽 점막을 만들기 위해 왼쪽 팔목 안쪽에 있는 피부와 동맥, 정맥 등을 함께 코에 이식했다.

총 3차례에 걸친 코 재건은 8월 11일 숨을 쉴 수 있는 기도확보를 위한 콧구멍 재건 수술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 됐다.

코 재건 수술을 받은 중국인 왕씨는 “플라스틱 코를 붙이고 다니며, 코를 새로 만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 수술은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며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최종우 교수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신체 한 부위를 잃은 환자들은 기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부분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재건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