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선대회장 기일, 두산은 ‘조용히’·현대는 ‘북으로’

2014-08-04 13:30

1973년 7월 2일 '한양투자금융' 개업 자축연에서 인사들과 담화를 나누는 연강 박두병 회장(가운데). 박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다.[사진=두산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박재홍 기자 = 4일 연강 박두병 초대회장 추모 41주기를 맞는 두산그룹은 조용한 가운데 가족 행사로 초모식을 진행했고, 정몽헌 전 회장 추모 11주기를 맞은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고인의 넋이 어린 금강산을 방문했다.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날 그룹 창업주 고 박두병 회장의 41주기 추모식을 가족 행사로 조촐히 지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 아들을 비롯해 장손인 박정원 ㈜두산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등 두산 3, 4세 50여명은 이날 오전 경기도 광주시 탄벌리 선영에 모셔진 고인의 묘소를 참배하고 그가 남긴 두산그룹의 업적을 기렸다.

박용만 회장으로서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선대 회장’인 아버지 묘소를 참배해 더욱 의미있는 자리였다. 박두병 회장은 1965년 6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뒤 7대, 8대 회장 등 3선을 지냈다. 이어 두산그룹이 배출한 국내 최초의 전문경영인이자 그룹의 정신적 지주인 정수창 전 회장이 10대, 11대, 12대 회장을, 삼남인 박용성 회장은 17대, 18대 회장을 지냈으며, 5남인 박용만 회장은 21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특히, 수출 드라이브가 한창인 시절 박두병 회장이 대한상의를 박정희 정권과 재계의 소통 창구로 격상시키며 상공인의 위상을 높인 것처럼 박용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정부와 상공인간의 정책을 조율하는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두산그룹은 창립 118주년을 맞았다. 박용만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기념사에서 “조금 더디긴 해도 우리가 예측했던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는 회복 기운을 나타내고 있다”며 “기회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잘 준비 해왔지만 이제 조금 더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기회가 왔을 때 남들보다 앞서 나갈 준비가 돼 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살펴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18일에는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을 설립한 매헌 박승직 선생의 탄생 150주년이었으나 이날 또한 그룹 임직원들의 상당수가 알지 못한 채 오너 일가 가족 행사로만 조용히 넘겼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22일 ‘故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서 임직원 1만여명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정몽헌 회장의 대형 모자이크 사진 중 마지막 한 조각을 끼우고 있다.[사진=현대그룹 제공]


이날 남편 고 정몽헌 회장 11주기 추모식을 맞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9시 40분 강원도 고성 남북출입국사무소(CIQ)의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현지에 도착한 현 회장은 추도식에 참석 후 현지 시설물 등을 점검한 뒤 오후 4시 10분 경 CIQ를 통해 귀환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6년째를 맞는다. 김정은 체제 이후 남북한은 갈등의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현 회장의 방북을 승인했다.

정치적 이슈는 배제된 수수한 민간 차원의 행사지만, 북한측도 여전히 현대그룹과의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또한 지난해 방북시 현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부터 구두 친서를 받은만큼 이날 추도식을 마친 후 현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지도 관심이다.

한편, 현 회장의 방북에 따라 고인이 모셔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현대가 선영에는 현대그룹 임직원들이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