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도 눈치보기 시작한 세계 제2의 중국 영화 시장
2014-06-26 15:16
아주경제 한준호·배인선 기자 =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영화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2012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떠올랐다. 중국의 영화산업 흥행수입(박스오피스)은 2012년 36% 급증한데 이어 작년에도 27%가 증가, 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세계 제2의 영화시장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거액의 영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 업계는 중국 배우의 기용 뿐 아니라 중국 스폰서 획득을 위해 영화작품에 중국 제품을 노출시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개봉된 ‘트랜스포머 4’는 중국 자동차, 중국 PC, 중국 음료, 중국 가전 등 중국 제품이 총동원됐다. 이는 중국기업이 스폰서 대금을 지불하는 대신 영화 속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상품을 노출시키는 PPL(Product Placement)로 불리는 간접광고 계약 때문이다.
또 이 영화와 간접광고 계약을 맺은 중국 부동산 업체는 영화 속에서 자사 빌딩이 노출된 시간이 계약된 20초보다 짧았다고 주장하면서 상영정지, 약 16억원의 광고료 환불 등을 요구해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회사를 직접 찾아 해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영화는 중국 여배우 리빙빙(李冰冰)이 주인공급으로 출연했으며 홍콩, 베이징, 광저우, 중칭 등이 주로 촬영장소였다.
중국언론은 ‘트랜스포머 4’ 전체의 3분의 1은 중국과 관련된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트랜스포머 4’에 투입된 2억 달러라는 제작비도 중국 영화시장에서 성공하면 본전은 확보할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시산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민간기업의 할리우드 진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訊), 이른 바 ‘BAT(Baidu, Alibaba, Tencent 첫 번째 알파벳 문자 따서 만든 영문조합어)’이 모두 영화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알리바바가 ‘알리바바 영화그룹’을 차리는 등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26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홍콩 상장사 차이나비전(중국명: 文化中國)는 공시를 통해 알리바바가 62억4400만 홍콩달러를 들여 차이나비전의 지분 59.32% 인수가 마무리 됐다며 알리바바가 차이나비전의 최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영화그룹에는 중화권 월드스타 이연걸이 사외이사로 등록될 예정이며, 천커신(陳可辛), 저우싱츠(周星馳), 왕자웨이(王家衛) 감독 등이 우선투자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나머지 BAT 멤버인 바이두와 텅쉰도 영화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7일 텐센트 산하 영상기업인 텐센트 스핀(騰訊視頻 v.qq.com)은 ‘호랑이에 날개 달기(爲虎添翼)’ 라 명명한 영화사업 계획을 발표해 올해 천쿤·리빙빙 주연의 ‘종규복마(钟馗伏魔)’를 비롯한 6개 영화작품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영화시장 진출은 선언했다.
바이두도 앞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영화제작사에 출자해 첫 작품인 3D 애니메이션 대작‘오공(悟空)’을 제작 중이다. 영화 제작 예산만 총 4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업계에서는 바이두가 7월말 영화 전문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한편으로 이러한 할리우드의 중국 의존의 심화는 중국 측의 의향으로 대본을 수정하거나 영화가 정치에 이용될 수도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화산업에 영향력이 증대한 중국이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 세계로 발신하는 사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시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