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저소득층에겐 '딴 세상 이야기'

2014-06-25 16:48

[출처=한국은행]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이달 소비자들의 종합적인 경제심리가 소폭 개선됐지만 저소득 계층은 여전히 생활이 '팍팍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특히 향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소득층에 비해 낮았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 100을 넘었다는 것은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로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8개월만에 최저치를 찍은 바 있다. 안정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전월에 비하면 소비 심리가 미약하게나마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고소득층일수록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반면 저소득층은 여전히 낮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엇갈리는 것이다.

현재 재정상황에 대한 가계의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CSI의 경우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계는 83이었다. 4월 88에서 5포인트 떨어진 후 두 달째 동일한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00~200만원 구간 계층은 85로 2포인트 올랐지만 세월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200~300만원에 해당하는 가계도 89로 전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100으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저소득층보다는 낙관적인 셈이다.

6개월 후의 재정상황을 예상한 생활형편전망CSI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타 소득구간의 가계 전망치가 1~6포인트 범위에서 상승했지만 100만원 미만 계층은 95로 전월보다 오히려 5포인트 하락했다. 저소득층 가계는 오히려 재정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계수입전망CSI도 100만원 미만 가계는 전월보다 3포인트 내려간 94로 집계됐다. 400만원 이상 가계에서도 2포인트 하락했으나 CSI 수준은 103으로 100만원 미만 계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지표 차는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상하는 전망치에서도 나타난다. 향후경기전망CSI에서 수치가 하락한 구간은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이 유일했다. 지난 1월 101에서 2월 103으로 상승했지만 줄곧 제자리에 머무르다 5월 101에 이어 이달 들어 97까지 떨어졌다.

반면 100~200만원과 200~300만원 구간은 전월보다 8포인트와 6포인트씩 오른 98과 97을 기록했고, 300~400만원과 400~500만원 구간도 각각 3포인트와 5포인트씩 오른 97과 100으로 집계됐다. 500만원 이상 구간도 9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지속해 오면서 낙수효과로 인한 소득 과실의 분배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와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등이 확대되면서 민간소비와 소비심리의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그만큼 민간소비도 줄어드는 쪽으로 경제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소비심리에서 양극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전반적인 민간소비의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한은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실제 민간소비를 다 반영하지 못해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 증가에 대한 단순 추계여서 바닥에 다다른 소비심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표대로라면 민간소비도 회복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가계의 소비증가율은 알 수 있지만 회복속도까지 보여주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이대로라면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소득이 늘어도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는 상황이 상당기간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