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안젤리나 졸리 <말레피센트> VS 뱅상 카셀 <미녀와 야수>, 어느 게 재미있어?
2014-06-16 11:31
익숙한 고전의 개성적 읽기…‘잠재운 마녀’와 ‘야수의 미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679년 발간된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집 ‘옛이야기와 교훈’에 수록된 이야기다.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작가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가 1740년 잡지를 통해 처음 발표하였으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1756년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 부인이 빌레느브의 이야기를 요약해 재출간한 내용이다. 두 이야기 모두 미국 월트디즈니에 의해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미녀와 야수>로 재탄생되며 대중 곁으로 더 가까이 왔다.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동화에서처럼 갑자기 오로라 공주의 탄생일에 나타나 그저 초대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16세 생일이 되기 전에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질 것’이라는 저주를 내뿜는 악의 요정으로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영화는 말레피센트가 왜 스테판 왕의 딸 오로라에게 저주를 내리게 됐는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펼쳐 보인다.
프랑스산 <미녀와 야수>는 <말레피센트>와 다른 길을 갔다. 스토리 전개에 괄목할 만한 반전을 투입하지 않았다. 도리어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따랐다. <말레피센트>가 추구한 반전과 새로운 메시지 대신 판타지 액션에 걸맞은 속도감과 대형 볼거리, 대규모 격투로 청량감을 선사한다.
‘미녀와 야수’ 원작자가 프랑스 작가이고 배경이 프랑스 섬인 걸 감안하면, 미국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보다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스토리는 마법의 저주에 빠져 야수가 된 왕자, 미녀 벨의 진실한 사랑에 풀리는 저주라는 기본 골격에 집중한다. 월트디즈니가 가미한, 벨에게 강제 청혼하며 억지 삼각관계를 만드는 사내 가스통을 지웠다. 벨의 아버지 모리스도 미국식 괴짜 발명가가 아니라, 원작대로 몰락한 선박사업가로 복원시켜 시골로 이사 오게 되는 배경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애니메이션 속 가재도구로 변한 왕자의 하인들 대신, 원작대로 벨에게 ‘신데렐라’의 언니 같은 심통 맞은 두 언니와 각기 다른 성향의 세 오빠를 부활시켜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
‘잠재운 마녀’와 ‘야수와 미녀’, 두 미녀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의상은 <말레피센트>보다 <미녀와 야수>가 한 수 위다. 안젤리나 졸리의 어둡고 무거운 마녀 복장보다는 매일 갈아입는 벨의 팔색조 드레스가 황홀하게 시선을 잡는다. 상상이 빚어낸 창조물과 인간세상과 다른 풍광의 ‘무어스’ 세계가 영화 <말레피센트>를 <베오 울프>류의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보이게 하는 것에 반해 <미녀와 야수>의 실사감이 높은 것도 만족도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