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근절' 정부법안에 '전관예우' 대책은 빠져

2014-06-10 15:21
변호사·회계사·세무사 취업심사 면제 특혜 방치
야당 '관피아' 방지 특위 "취업심사 사각지대 없앨 것"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민·관유착을 뿌리뽑기 위해 추진중인 공직자윤리법안에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의 전관예우 취업을 차단하는 대책이 빠져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할 때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후 공무원의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와 취업예정기업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에게는 예외가 적용됐다.

변호사가 자격증을 살려 법무법인에 들어가거나 회계사가 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취업심사를 면제해줬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퇴직관료가 세무법인에 입사할 때도 면제 기준이 적용됐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민·관유착을 뿌리뽑기 위해 추진중인 공직자윤리법안에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의 전관예우 취업을 차단하는 대책이 빠져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위 판·검사가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해 고액연봉을 받는 관행, 이른바 전관예우의 방지책이 없어진 셈이다.

변호사 등에 대한 취업심사 면제 '특혜'는 예외 없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다른 고위공직자와 형평성 차원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안전행정부는 이런 논란과 지적에 따라 작년 2월 퇴직공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취업심사 예외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안행부가 최근 입법예고를 마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에 대한 취업심사 예외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안행부 관계자는 "취업심사 예외를 삭제하는 방안은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계속 검토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직관료의 재취업 관행, 이른바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음에도 전관예우 근절대책이 정부입법에서 빠진 것이다.

전관예우 근절대책 입법이 지지부진한 데는 법무부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영향을 끼쳤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취업심사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하자 대법원, 법무부, 국세청이 상임위에 반대 의견을 냈다.

야당은 정부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이미 안행위에 계류 중인 법안과 병합심사해 취업제한 예외를 없앨 방침이다.